남양주시·檢, 조안면 집중 단속...음식점·카페 등 84곳 이전·폐업
주민 870여명 전과자 신세...전락생계 걱정에 음식점 주인 '자살'
"수사도 두려울뿐더러 잘난 것 하나 없는 아들이라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을 잃지 마세요"

상수원보호구역인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아버지와 함께 막국숫집을 운영한 26살 황모씨가 30일 오전 자신의 가게 주방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황씨는 남긴 A4용지 2장분량의 유서에는 동업자인 아버지를 걱정하는 글로 가득했다.

황씨가 부푼 희망을 안고 2015년에 문을 연 가게는 입소문을 타면서 제법 장사가 되는 듯했으나 지난해 남양주시와 의정부지검의 팔당 상수원보호구역내 불법 음식점 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결국 개점 1년여 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

황씨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게문을 닫은지 얼마 안돼 검찰이 내린 벌금 3000만원과 남양주시 이행강제금 3690만원은 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전달됐다.

황씨는 생계와 벌금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점상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7월 한강환경유역청의 집중단속에 접어야했다. 황씨에게 돌아온 것은 가게앞에 쌓여있는 벌금 독촉장뿐이었다.

환경청이 추진한 원주민에 한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무산됐다. 희망을 잃은 황씨는 자신이 1년간 운영해온 가게에서 생을 마감했다.

1일 오전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 광장에서 황씨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날 주민 230여명은 조안면사무소에서 운길산역까지 황씨의 상여를 메고 행진을 벌였다.

이날 (가칭)조안면 규제피해주민대책위원회 박호선 위원장은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조안면 주민들은 (행정기관의)규제 일변 정책으로 범법자가 됐다"며 "대책없는 단속으로 황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사법기관과 행정기관의 특별단속으로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특별대책 1권역지역) 내에서 영업한 음식점과 카페 146개 중 84개 업체가 이전·폐업하고, 13명이 법정 구속됐다. 지역주민 870여명은 전과자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빈 점포가 대폭 늘고, 조안면을 찾던 관광객들도 현저하게 줄면서 이 일대는 썰렁한 유령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안면은 50.67㎢ 면적 중 개발제한구역이 41.48㎢로 82%를 차지하고, 상수원보호와 개발제한 등 중첩규제 적용 지역이다.

김병열 대책위 고문은 "문전옥답을 팔당댐 건설로 헐값에 일방적으로 수용 당했고, 먹고 살기 어려워 포장마차, 식당, 찻집 등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왔지만 중첩 규제로 생계가 곤란해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남아서 영업하다 전과자 신세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주민대책위는 환경부가 하수처리시설을 하루속히 증설해 주민들의 생계 해결을 위한 음식점·소매점 등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허가조건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남양주=장학인 기자 in84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