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23일 중구 인천역 인근에 침수된 도로를 차량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1주일전인 23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짧은 시간에 100㎜ 이상의 기습 폭우가 내리면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7월 한 달 동안 1년 강수량의 3분의 1이 쏟아지고 6~9월에 70%가 집중되는 한반도에서 이 같은 기습적, 집중호우는 이제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일상적인 현상이 돼 버렸다. 값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수재에서 교훈을 찾는다.

▲인천기후의 특성

한반도는 7월 한 달 동안 1년 강수량의 3분의 1이, 6~9월에는 1년 강수량의 70%가 집중되는 강수의 집중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심각한 사실은 호우의 빈도가 더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의 경우 매년 1~2회 발생했던 하루 평균 80㎜ 이상 기준의 '호우'가 1980년대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연평균 3~4회 발생하고 있다. 인천기상대에 따르면 인천의 경우 2001~2012년 6~9월 하루 80㎜ 이상, 시간당 30㎜ 이상의 호우는 46차례 발생했다. 23일 오전 8~10시 2시간 동안 중구 85.5㎜, 동구 104㎜, 남구 110.5㎜, 남동구 110㎜, 부평구 92㎜가 집중됐는데 호우주의보는 오전 8시, 호우 경보는 오전 9시20분, 해제는 12시에 이루어졌다. 특히 수해 피해자들은 오전 8~9시에 호우가 집중됐다고 전한다.

연 평균 3~4회 발생하는 호우는 이제 한반도에서 일상화 되고 있으며 빈도는 더 잦아지고 강수 강도는 더욱 높아지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한 재난.재해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비안된 집중호우 피해를 키웠다.

23일 아침 1시간 가량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진 인천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28일까지 집계된 피해 상황은 인명 피해 1명(사망), 주택 3359동, 상가 778동, 도로 68곳 등이다. 군·구별로 주택과 상가를 포함해 1217동이 침수된 남구 지역의 피해가 가장 많았으며, 남동구(1167동), 부평구(1060동), 서구(745동)의 피해가 컸다. 재산피해는 25억원으로 집계됐고 침수된 주택에는 군·구를 통해 한 가구당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주요 침수 피해지역으로는 남구의 경우 숭의역, 제물포역, 주안역 일원, 남동구 구월3지구, 간석역, 문성여상 일원, 부평구 부평구청, 갈산역, 열우물경기장 일원, 서구 서구청, 가정역, 석남역 일원 등에 피해가 집중됐다.

인천~김포 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내 북항터널 구간은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는 평가와는 무색하게 23일 쏟아진 비로 비교적 장시간 차량 통행에 지장을 받았다.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반지하 주택이 몰려 있는 원도심 지역 저지대에 집중돼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신도심 지역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피해주민들은 낙후된 지역이라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나 점검을 제대로 안해 피해가 커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시는 행정력을 동원해 신속히 피해 복구를 진행한 뒤 침수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시설 투자 진행돼야

현재 방재시설은 평균적으로 몇 년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강우량을 뜻하는 '확률빈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하수도는 5∼10년의 확률빈도로 설계됐는데, 이는 5년이나 10년을 주기로 가장 큰 비가 왔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배수펌프장은 5∼20년, 소하천은 30년, 우수 저류시설은 50년 등으로 시설물에 따라 확률빈도가 달라 서로 연결된 시설물임에도 용량에 큰 차이가 있고 갈수록 대형화하는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인천의 경우 6~9월에만 한 해 3~4차례의 호우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확률 빈도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똑같은 확률빈도도 측정 시기에 따라 달라 인천시의 20년 빈도 강우량은 1984년에는 67.0㎜였지만 2007년에는 74.7㎜로 증가하는 등 변화하는 기후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시의 늑장 대처와 제구실을 못하는 배수시설을 원인으로 꼽는다.

시는 13개소 빗물펌프장의 배수펌프를 비가 상당량 내리고 나서야 가동했다. 부평구 3개소는 오전 9시, 남구와 남동구도 비슷한 시각에 펌프를 작동했다. 이미 인천은 오전 8시를 기점으로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하수관로의 용량도 문제다.

인천에는 10~30년짜리로 계획된 하수관로가 매설되어 있다. 10년 빈도는 1시간당 62㎜, 20년 빈도는 77.18㎜, 30년 빈도는 82.33㎜의 비를 감당할 수 있다. 이번 강우는 약 90㎜로 인천에 매설된 하수관로가 버틸 수 있는 강도가 아니었다. 지난 2010년에는 시간당 92㎜, 총 175.5㎜의 비가 내려 50년 빈도(88.63㎜)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하수관로 용량 확대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시는 예산을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수도 시설 배수능력을 강화해 침수 대응에 나서겠다는 시의 계획과 전면 배치된다. 시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자연재해로 276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호우 피해는 122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44.2%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관련 시설을 담당하는 부서가 달라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피해가 컸던 남구와 남동구 일대는 현재 18곳의 상습침수우려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이 또한 반영해 관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침수 피해가 커지는 데는 하수관로를 포함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하수도 정비 기본계획을 세울 때 하수관로 확대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서울시 정책은빗물펌프장 30년 빈도 … 용량 늘려

2015년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서울시는 6~9월 집중호우에 대비해 2020년까지 빗물펌프장 120개소 중 103개소를 시간당 95mm의 폭우에 대비할 수 있는 30년 빈도(시간당 95mm)의 배수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빗물펌프장은 장마철 집중호우 시 자연방류가 안되는 하천변 저지대 지역의 빗물을 모아 강제로 하천으로 배수하는 시설로, 현재 116개소의 빗물펌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와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면적의 증가로 빗물펌프장의 역할과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5~10년 강우빈도의 빗물펌프장을 30년 빈도로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377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81개소의 증설을 완료했고, 현재 7개소가 공사 중이다.

중앙정부도 과거의 평균적인 기상 자료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앞으로의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방재시설 설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마련해 이를 토대로 강우와 강풍, 해수면 상승 등 극한 기상 예측치를 설정하고서 이를 반영해 적절한 시간당 강우량을 방재시설의 새로운 설계 기준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