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편의점에 밀려 자생력 상실
2013년 이후 30곳씩 폐업 … 정부 지원도 줄어
▲ 최근 인천지역의 '나들가게' 점포들의 폐업·취소가 늘어 자생력을 잃은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 부평구의 최근 폐업한 한 나들가게 모습.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에서 나들가게를 15년 가까이 운영해온 심계현(62·가명) 씨는 지난달 눈물을 머금고 폐업했다. 수 년 전부터 인근에 편의점이 줄줄이 들어서며 가게 운영 여건이 악화된 터였다. 설상가상 최근 들어 근처에 대형 식자재 마트가 개점해 덤핑 행사를 벌이며 손님들을 끌어가자 결국 손발을 든 것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심 씨는 새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워 다른 업종으로 바꿔 장사를 이어가야 할 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인천시내 나들가게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 편의점의 기세에 밀려 속속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23일 인천지방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인천시내 나들가게는 2016년 말 기준 461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2011년 303개였던 나들가게는 2012년 576개까지 늘어났지만 이듬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13년 537개, 2014년 519개, 2015년 486개, 2016년 461개로 감소 추세다.

폐업이나 등록을 취소한 점포 수는 2011년 10개, 2012년 5개이던 것이 2013년 39개로 불어났고, 이후에도 매년 30개 안팎의 나들가게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인천지역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포 수는 2014년 1308개에서 2015년 1491개, 2016년엔 1600개를 넘어섰다.

저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의 경우 현재 인천에서만 68곳이 영업 중이며 최근 1년 새 800㎡ 이상 규모로 대형화된 매장도 7개에 달한다

저가 생활용품점이나 드럭스토어 등의 경우 식품과 일상 생활용품 등 나들가게와 동일한 품목을 판매하지만 출점이나 운영에 별다른 제재가 없어 영세상인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김지연 인천시나들가게협동조합 본부장은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 등지를 중심으로 등장한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골목 곳곳의 편의점과 저가 생활용품점의 진출 영향으로 나들가게들은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나들가게를 위한 정부 지원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간판 교체, 전자판매 시스템 포스(POS) 기기 및 프로그램 지원, 매장 운영 컨설팅 등을 시행했던 초기 나들가게 지원책은 2013년부터 포스 프로그램 지원 및 사용법 교육에 국한되고 있다.

인천은 정부의 나들가게 육성 선도지역 사업에서도 최근 3년 연속 제외됐다. 그나마 올해 인천에서 가장 많은 나들가게가 분포된 부평구가 정부 공모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인천중기청 관계자는 "인천지역 나들가게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