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 안쓰면 '포기' 관례화
문 정부, 소진 독려에 새바람
연가 보상비 폐지 방안 검토
고위·부서장 솔선수범 권장
경기도와 31개 시·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법적으로 보장받은 연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시·군은 총 연가에서 '4분의 1' 수준만 간신히 소진하는 등 지역별 편차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최근 '연가보상비 폐지' 등 연가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제도·관행개선 방안이 경기도 공직사회를 달구고 있다.

17일 행정자치부로부터 입수한 '2016년도 경기도 연가평균 사용 일수'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연가사용비율이 기준대비 50% 미만인 시·군이 무려 21곳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연가는 재직·기간별로 부여되는 수가 다르지만, 전체 평균치로 약 20일 정도이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연가일수에 가장 근접한 도내 지자체는 총 16.2일 정도를 사용한 오산시 단 한 곳이다.

'절반'인 10일을 겨우 넘긴 지자체는 부천시(12.9일), 의정부시 (12.6일), 김포시 (11.9일), 광주시 (11.2일), 연천군 (11.1일), 과천시 (10.8일), 의왕시(10.6일) 용인시 (10.4일), 남양주(10.3일) 등 10곳이다.

나머지 21개 지자체에서 수원·고양·안성·안산·화성·평택·시흥·양주·포천·가평 등 14곳은 평균 9~7일 정도를 사용했다. 경기도 본청 또한 9일에 불과했다.

성남·남양주·김포·이천·하남·여주·양평 등 7곳은 평균 사용일수가 6일 이하로 집계됐다. 이들 지자체 가운데 고작 3.6일, 5.6일을 각각 기록한 하남시와 여주시는 '공무원이 휴가가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중앙부처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진(수원팔달)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도 중앙부처별 연가사용 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체 평균 사용연가일수가 10.3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이 법에서 보장된 연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지역별 편차도 큰 이유는 조직내부의 '관례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과장 등 상급자가 연가를 내지 않으면 부하공무원도 덩달아 포기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실제 연가사용 규모를 고위 공무원과 6급이하 공무원 두 개 그룹으로 나눠 살펴보면, 대부분 지자체에서 그룹 간 큰 차이가 없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4급이상·5급상당 공무원은 총 5092일 중 1440일을 연가를 사용했고, 6급 이하 공무원은 전체 연가일수 5만6201일 중 2만1780일을 각각 사용했다. 두 그룹의 연가사용비율 차이는 10%p 정도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혁신처가 공무원들의 연가사용을 독려하면서 하위직 공무원들의 기대는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등에서 "연차와 휴가를 모두 사용할 계획"이라면서 공무원들도 연차휴가를 전부 사용토록 당부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부터 연가 소진율이 낮은 부처와 직종을 조사해 공무원 인력을 증원하고, 연가보상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달 초부터는 '눈치 보지 않고 휴가 가는 분위기 만들기'라는 주제로 고위공직자, 부서장 등이 솔선수범해 하계휴가를 계획, 실시하도록 권장했다.

김영진 의원은 "공무원 삶의 질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으로 연가보상비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며 "정부 등에서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직사회는 20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장기재직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휴가에 관대하지 않은 분위기"라며 "누구나 휴가를 떠나게끔 하도록 연가보상비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