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현 과천농협 과장대리, 기지 발휘 경찰에 신고
▲ 과천농협 손재용 과장과 오미현(오른쪽) 과장대리. /사진제공=과천농협
일선 농협 여직원이 탁월한 기지를 발휘해 거액의 보이스피싱을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과천농협 대부계 오미현 과장대리. 24일 12시쯤 평소 거래관계로 잘 아는 이모(70·여)씨가 농협에서 근무 중인 오 대리를 찾아왔다.

대출을 받기 위해 왔다며 예적금담보대출을 요구했던 이씨는 1500만원 대출을 받았고 잠시 나갔다 다시 돌와와 추가로 정기적금들은 300만원 만을 해지하고 모두 1800만원을 받았다.

이를 수상하게 느낀 오 대리는 이씨에게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남편 병원비로 쓴다'고 했지만 오 대리는 보이스피싱으로 직감하고 '지금 전화통화를 하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씨는 아니라고 말한 뒤 자리를 피했다.

얼마 후 이씨는 전화기를 든 채 오 대리를 찾아가 메모를 건내주면서 지금 누구를 만나러 가는데 1시간 후에 안돌아오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해 오 대리는 보이스피싱으로 확신했다.

오 대리는 이씨의 손을 꼭 잡으며 지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계신지 다시 물었다.

그제서야 이씨는 그렇다고 말했고 오 대리는 그녀를 안심을 시켰다. 이씨는 '돈을 주지않으면 아들이 죽는다'고 발을 동동 굴러 옆에 있던 손재용 과장이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곧바로 정복경찰 2명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손 과장은 범인이 정복 경찰을 보면 나타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사복경찰을 요청했고 출동한 사복형사는 현장 부근에 잠복했다.

그러나 범인들은 눈치를 채고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이씨는 전화를 끊지 않고 손에 들고 있었다.
경찰은 이씨에게 다시 전화를 해보라고 해 전화를 걸었으나 범인들은 "전화 잘들었다 수고했다"며 사라져 경찰은 범인검거에 실패했다.

오 대리는 "고객보호 차원에서 처음부터 이씨를 지켜봤는데 예감이 들어 맞았다"며 "이씨가 대출받은 금액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놔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기뻐했다. 이에 손 과장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이쉽지만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교육과 대고객 캠페인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실제 당사자가 된 경우에는 전화를 계속 받으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재빨리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과천=권광수 기자 kskw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