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생활습관 등 20여개 지표 차이 '최대 7배'…政·道, 공동대책 나서
주민 건강 관련 경기도 31개 시·군의 지역적 격차가 약 10년 동안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경기도 31개 시·군에 따르면 질병을 비롯한 생활습관 등 지역 주민들의 건강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에서 최상위·최하위 시·군 간 차이가 최대 7배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와 지자체는 2008년부터 지역 주민의 건강수준에 대한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실시해 기초정보를 마련하고 있다. 주로 흡연과 음주, 안전의식과 신체활동, 식생활 등과 같은 생활습관을 비롯해 정신건강, 고혈압, 당뇨병 같은 주요 질병 등 20여개 영역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1995년 지역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지역이 자체적으로 보건사업을 계획·수행하는데도 불구하고 건강 관련 각 분야의 편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간에 건강 격차는 ▲지자체 의지부족 ▲재정부족 ▲인력부족 등 발생요인이 다양해 해를 거듭할 때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상을 보인다.

문제는 이 격차가 심화되면서 일부 시·군은 매년마다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지자체들은 이에 대한 원인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경기도와 시·군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된 지표를 기반으로 건강 관련 편차의 규모를 분석한 결과, '남성흡연율'의 경우 과천·성남분당·용인수지·수원영통 등 지역이 상위권인 반면에 연천·동두천·시흥·성남(중원)·양평·이천 등 지역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지역 간 흡연율 차이는 약 2배 이상으로, 연천군은 5개년 중 3년동안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연시도율'은 안양동안·수원장안·성남분당·과천 등 지역과 김포·가평·연천·포천 등이 각각 상·하위권 지역으로 분류됐다. 2013년을 기준으로 이들 상·하위 지역 간 차이는 최대 7배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평군의 경우 4년동안 꼴찌를 기록했다.

용인 처인구도 마찬가지로 '운전 시 안전벨트 착용률'에서 무려 4개년 동안 최하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음주자 가운데 폭탄주를 즐기는 등 '고위험음주자' 상위권으로 수원영통·성남분당·과천·일산동구·용인수지 등으로 나타났고, 하위권으로는 가평·동두천·이천 등으로 이들을 비교했을 때 수년째 차이가 2배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신·신체 건강 분야에서 '우울감 경험률'은 안산 단원구가, '고혈압 및 당뇨병 의사진단 경험률(30세 이상)'은 파주·수원장안·안성·동두천·성남중원이 각각 2~3년 동안 최하위권에 포함됐다.

안산 상록구는 주민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강수준 인지율'에서 4년 동안 꼴찌를 기록해 주민 불안감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이 경기지역 주민들의 건강 격차가 크게 발생하자 정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보건부는 '지역 간 건강격차 원인규명 시범사업'에 경기도를 선정했다.

이에 도는 전국 최대 남자흡연율(52.9%)을 비롯한 주요 건강행태 지표에서 '나쁨' 수준을 보이는 양평군과 '7년 연속 남자흡연율 전국 최저' 지역인 과천시를 비교조사 할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지자체 관계자들과 교수,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전문팀이 건강격차 원인규명 및 지역 맞춤형 보건정책을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어떤 지역은 주민 건강지표가 좋은데, 어떤 지역은 나쁨 현상이 수년째 반복되면서 정부와 도가 우선적으로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며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친 뒤 지역 정책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