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유산이자 인천을 중심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대한민국 크리켓이 큰 위기를 맞았다.

최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크리켓을 제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OCA는 지난달 21일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 논의 끝에 크리켓을 정식 종목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도네시아 조직위원회가 비용절감을 위해 대회 규모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크리켓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내년 자카르타 대회를 목표로 훈련 중이던 대한민국 크리켓 대표팀은 비상이 걸렸다.

생소한 종목을 개척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내년 대회만 바라보고 구슬땀을 흘리던 선수들은 물론, 협회 관계자들도 '이대로 팀이 공중분해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고 있다.

열악한 국내 환경에서 그나마 아시안게임 종목이라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아 훈련을 할 수 있었는 데 이제 그마저도 불가능해 질수 있는 상황이라 이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크리켓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처음 대표팀이 만들어졌고, 이후 유일한 크리켓전용경기장이 있는 인천에서 지속적으로 국제대회 및 국가대표 훈련을 진행하면서 인천과 뗄래야 뗄수 없는 인연을 가진 종목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 결정이 최종 확정되면 대한민국 크리켓의 '메카'라고 불려온 인천의 위상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대한민국 크리켓이 다문화가정 출신 청소년들에게 끼쳐왔던 긍정적인 영향도 급속히 사그라들수 있다.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 특성상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출신 청소년들에게 크리켓 대표팀은 하나의 '꿈'이자 '새로운 도전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현재 대표팀에는 방글라데시에서 귀화한 선수 1명과  파키스탄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선수 2명이 활약 중이다.

대한크리켓협회는 인천 서구 연희동에 있는 크리켓전용경기장을 크리켓을 좋아는 나라들(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문화도 체험하고 크리켓도 직접 배워보는 다문화 생활체육의 산실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이에 대한크리켓협회 등 관계 기관은 크리켓을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종목에서 제외한다는 OCA 결정을 뒤집고자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대한체육회는 5월 초 회장 명의로 OCA에 크리켓 정식 종목 제외 방침에 우려를 표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대한크리켓협회 역시 '어렵게 헤쳐온 길을 여기서 끊기게 할 수 없다'는 각오로 현재 모든 국내·외 채널을 동원해 이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크리켓협회 관계자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유산이자 다문화 생활체육의 선두 종목인 크리켓이 살아남아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민여러분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리는 하계 아시안게임은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