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준한 교수인천대 정치외교학과
마침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지만 실패한 지 5년 만에 당선되었다. 약 반년 전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그의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었고 60일 전인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그에 대한 파면이 인용되면서 실시된 보궐선거의 결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은 이번 대통령선거의 구도를 형성시켰고 승패를 좌우했다. 보수정당은 힘을 쓰지 못했고 민주당 문재인 대세론은 승리로 이어졌다.

정치학적으로 이번 대통령선거는 1987년 6월 민주화 이후 꼭 3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민주주의의 전진이냐 아니면 후퇴냐를 가르는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외에도 이번 대통령선거는 과거와 다른 점이 적지 않았다.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1987년 대통령선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양자구도로 진행되었는데 30년 만에 다자경쟁이 재연되었다. 또 과거에는 이기기 위하여 진보성향의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해왔으나 이번에는 무위에 그쳤지만 그 반대 진영의 후보들이 후보단일화를 모색했다. 과거 대통령선거에는 지역주의, 세대, 이념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동했지만 이번에는 안보이슈나 색깔론도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제 새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분열된 국론을 통합시키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 대타협의 정신과 대탕평의 인사가 없다면 새 대통령의 정책적 오류와 도덕적 실패는 바로 또 다른 탄핵의 시도로 이어질 분위기를 형성시킬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이 스스로 헌법을 지키지 않았고 국가공무원법을 어겼기 때문에 이루어졌지만 이후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심리적 저항감을 그만큼 약화시켜 놓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교훈 삼아 헌법과 법을 철저히 수호하고 앞으로 제2의 최순실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주변을 엄히 다스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권력기관을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대해진 청와대 조직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능하도록 뜯어고쳐야 한다. 국정원, 감사원, 검찰, 국세청 등이 정권의 수족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정치적인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은 자기 분야의 인사와 정책을 책임지고 운영하도록 맡겨야 한다. 새 대통령은 삼권분립형 순수한 대통령제 개헌을 통하여 제도적으로 분권과 협치를 반영시킬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외에도 새 대통령은 경제 위기에 대처하고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인 민생을 안정시키고 재벌을 개혁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길이다.

이와 같은 국가적 과제와 더불어 우리 인천에는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우리 인천의 시민사회는 대선을 앞두고 10개의 현안을 풀어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것은 "1)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개헌, 2) 서해5도 및 주변지역의 남북평화협력지대 구성, 3) 인천경기만과 황해 섬의 발전 방안 마련, 4) 부평미군기지 반환 및 국가의 책임있는 정화, 5) 인천항의 대중국교류 거점 항만으로 조성, 6) 인천지역 유해시설의 축소 및 이전 등 관리, 7) 청년주거복지 위한 공공·사회주택 보급 및 뉴스테이 재검토, 8) KBS 인천방송총국 설립, 9) 도시인프라에 대한 국가의 책임있는 지원(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여객선 준공영제 포함), 10) 국가산단 환경개선 및 도심 공장 산단의 이전 재배치" 등이다.

이러한 인천현안 10개는 단순한 현안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인천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숙원사업들이다. 나아가 10개의 현안은 인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구조조정과 관련되어 있고 한국의 경제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분권과 협치를 위한 개헌, 서해5도 지역의 남북평화협력지대 지정, 인천경기만 발전, 해경 부활 등을 약속했기에 새 정부에 거는 인천의 기대는 커지는 중이다. 이를 통하여 인천 앞바다에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의 전기가 마련되고 인천 경제의 성장을 위한 또 다른 돌파구가 열리기를 희망해본다.

나아가 새 정부는 인천 사회에 팽배한 홀대론을 없애줘야 한다. 지난 정부에만도 인천 출신 장관이 하나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인천에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인천 출신 장관 하나 없다는 것은 그 정치적 위상마저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해 말 이미 주민등록인구와 등록외국인을 합하여 300만명을 돌파한 인천에는 부채가 많은데 국비지원은 늘지가 않고 있다. 인천의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국비가 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민 1인당 혜택이 감소하는 것이다. 새 정부는 인천의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국가예산이나 정책에 있어서 인천에 혜택을 두루두루 늘려줘야 할 것이다.

<이준한 교수 인천대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