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보릿고개'니 '춘궁기'니 하는 말들이 낯익었던 때가 불과 40~50년 전임에 비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식(食)'이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건강과 선택의 대상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학교 집단급식이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에게 공급되는 먹을거리의 안전이 주요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학교 급식재료의 부실문제는 나이와 계층을 불문하고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곤 한다.

외국 여러 나라들이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이들이 어려서부터의 올바른 식습관과 학교 급식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학교 신선과일 채소 프로그램', 영국의 '푸드 듀디스 교육 프로그램', 이탈리아의 '학교 과일계획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 덴마크를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웃 일본은 2008년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학교급식에서 안전하고, 저렴하며, 친환경적인 지역농산물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 들어 인천지역 중학교에까지 무상급식이 전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친환경 식재료를 체계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급식지원센터 설립계획은 수 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관련 조례는 지난 2011년 제정됐다. 군·구가 센터를 운영하면서 친환경 식재료를 유통·공급하고, 시가 친환경 농산물 품목을 선정해 생산계획을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미 광역단위의 센터를 운영 중이며, 전국 75개 시6·군·구에도 설립돼 있다.

결국 돈 문제다. 시설비 125억원, 연간 운영비로 14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빠듯한 재정형편 상 어려움이 크다는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다른 씀씀이를 줄여서라도 필요한데는 꼭 써야 한다. 더욱이 그 돈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지역에서 생산된 값싸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수입개방의 파고에 신음하는 생산자들의 고통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시급히 설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