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호 일반인희생자 대책위원장..."그 안에서의 고통, 가슴 미어져"
▲ 전태호 일반인희생자 대책위원장
따뜻한 봄이 오자 사람들의 옷은 한결 얇아졌다. 하지만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이 걸친 옷은 달랐다. 목포신항에서 불어 닥친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이었을까. 한겨울에 입을 법한 두꺼운 외투와 어디서든 머무를 수 있는 등산복이 그를 감쌌다. 그가 13일 오후 인천종합예술회관을 찾았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그에게 사계절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옷도 계절에 맞출 수 없을 만큼 그의 삶은 격변했다. 그는 아버지 고 전종현씨를 잃었다.

전 위원장은 요즘 목포에서 살고 있다. 뭍으로 올라 온 세월호 때문이다. 그는 9일 목포신항 내려가 1095일 만에 육지로 올라온 세월호 상륙을 지켜봤다. 자리를 지키던 그는 13일 오후 인천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문화제에 참석했다.

세월호가 하루 빨리 인양되길 원했던 그였지만 잿빛으로 변해버린 세월호를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세월호를 바라보던 그의 눈은 흔들렸다.

"세월호를 보니 착잡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너무 처참한 모습에 오래 볼 수도 없었죠. 희생자들이 세월호 안에서 어떤 고통을 겪었을지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는 목포에 상주하면서 일반인 미수습자 가족 지원에 힘쓰고 있다. 목포신항 인근에 얻은 방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오전에는 정부의 브리핑을 듣고, 오후에는 세월호 원인규명 및 수색 작업을 살피고 있다.

일반인 희생자들은 여전히 소외돼 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은 간신히 운영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4월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문을 열었지만, 운영비 부족으로 문을 닫는 일이 반복됐다. 올해도 예산이 없어 1월1일부터 일주일 정도 문을 추모관 문을 닫아야 했다. 잊지 않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부질없었다.

그러던 그는 13일 수많은 시민들 앞에 섰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는 게 희생자 유가족의 가장 큰 희망이고, 그 바람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세월호 3주기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노란 리본에 빽빽하게 글씨를 써 내렸다. '천금같이 귀한 목숨 바다에 담겨 그 외로움을 누가 헤아리겠습니까',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희생자들을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글들이 예술회관 광장을 가득 채웠다.

"16일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서 열릴 추모행사에서도 시민들과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규명을 염원하며 노란 우산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세월호가 사람들로부터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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