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활동교사 도청 발단
"원장, 위탁 포기서로 책임"
시 "해당교사도 공동책임"
수원에 한 시립어린이집이 노조활동을 한 교사를 감시하기 위해 어린이집 교실에 도청기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어린이집은 원장과 교사 간 갈등으로 수원시에 각종 비위의혹이 잇따르면서 애꿎은 학부모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29일 수원남부경찰서와 수원시 등에 따르면 수원의 A 시립어린이집 교실에서 도청기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도청기에는 이곳 어린이집의 특정 교사의 대화내용이 주로 녹음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 2013년 보육교사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원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따라 보육교사는 자신을 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청기를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청기에 녹음된 장본인인 교사 B씨는 "도청기에 녹음된 내용은 자신이 어린이들을 보육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었다"며 "지난 2013년 5명의 보육교사가 노조를 설립하고 불합리한 임금계약서를 거절하자 원내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내 따돌림으로 다들 그만두고 보육교사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시립어린이집의 원장과 보육교사간의 갈등은 지난해 하반기 외부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A 시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가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수원시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 학부모는 민원을 통해 "어린이집이 엉망이며, 딸기급식이 이뤄지지 않고, 값싼 빵을 사용해 아이들에 간식을 주고, 아이들을 위한 교자재가 부실하다"고 시에 고발했다.

이같은 학부모의 민원제기에도 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해 9월 이후 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3차례나 조사를 벌였다. 시는 조사를 통해 급식문제에 대해 1개월간 급식내역을 받아 조사했고, 교자재 문제는 일부 미흡한 부분이 발견돼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올해 2월 A 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월20일 A 어린이집에서 문제의 도청기가 발견되면서 또다시 어린이집 각종 비위가 불거졌다.

도청기 발견으로 B 보육교사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도움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말 수원시를 방문, A 어린이집 직장내 괴롭힘 중단과 보육교사 노조 활동 보장을 요구했다.

어린이집 감사에 나섰던 시 관계자는 "교사가 원장에게 보고를 안하고 임의대로 부모들과 소통하고, 원장의 지시사항을 이행 안하고, 청소 및 보육일지 관리를 소홀히 하며, 보육시간에 핸드폰을 만지고 있다"며 "원장도 문제가 있지만 보육교사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B씨는 "원장과 시 관계자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감사를 나와도 원장 이야기만 듣고, 자료도 원장을 통해서 받는데 어떻게 감사가 제대로 됐겠냐"고 말했다.

현재 A 시립어린이집 원장은 지난 2월 초 위탁포기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위탁포기서를 받고도 2달이 지나도록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원장이 위탁포기서를 냈다는 구실로 자신에서 사직서를 받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시는 지난 달 27일 어린이집 비상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원장과 교사에게 수년간의 갈등으로 보육에 지장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두 사람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 학부모들의 주장이며 수원시도 이와 동일한 입장'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민주노총에 전달했다.

시 관계자는 "원장이 위탁포기서를 낸 것으로 책임을 진 것"이라며 "교사도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A 시립어린이집 원장은 본보가 수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