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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8일 오전 5시 30분 단양군 영춘면에서 근육 경련 환자가 발생했다는 다급한 전화가 충북소방본부에 걸려왔다.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는 환자와 보호자를 태우고 서둘러 병원으로 가던 중 교차로에서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구급대원 2명과 환자, 보호자, 상대 차량 운전자 등 5명이 다쳤다.
 
구조, 구급, 화재진압에 출동하는 119대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도로를 질주하다 도리어 교통사고를 내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29일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충북에서 119 구급차가 현장 출동을 하다 발생한 교통사고가 2014년 39건, 2015년 25건, 지난해 37건 등 최근 3년간 101건으로 집계됐다.

운행 목적별로는 구급출동이 절반에 가까운 48건을 차지했고, 화재출동 20건, 구조출동 6건 등으로 집계됐다.

사고 장소는 일반도로 36건, 교차로 20건, 주차장 11건, 골목길·이면도로 6건이었다.

차종별로는 구급차 49건, 펌프차 23건, 구조차 10건, 행정차 5건 등이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위험성이 큰 운전을 하는 구급차량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잦은 교통사고가 119에 대한 불신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 16일부터 도내 11개 소방서를 대상으로 특정 감사에 들어갔다.

오는 31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감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급차 사고는 충북뿐 아니라 전국이 마찬가지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긴급 출동차량의 교통사고는 모두 1천797건이었다. 한 해 평균 449건으로 매일 1.2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운전 경력별로 보면 5년 미만 1천93건, 6∼10년 452건, 16∼20년 289건, 21년 이상 186건, 11∼15년 175건 순이었다. 도로 형태별로는 일반도로 905건, 교차로 547건, 골목길 284건 등이다.

구급차와 소방차는 업무 특성상 일반 차량보다 교통사고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 1초라도 더 빨리 출동하기 위해 신호등에 붉은 불이 들어와도 교차로를 지나고, 때로는 중앙선을 넘기도 하는 등 '곡예 운전'을 한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차량 운전자에게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 소방차, 혈액공급차량은 '긴급 자동차'로 분류해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도로의 중앙이나 좌측 부분을 통행할 수 있고, 신호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속도제한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처벌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는 긴급 차량의 면책 규정이 없다.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공무를 수행하다 교통사고가 났어도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고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긴급한 상황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정상을 참작해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위험 상황에서 운전할 수밖에 없는 긴급 차량의 특성을 고려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전적인 운전자의 부주의·고의에 따른 사고가 아니면 처벌을 일정 정도 감경하거나 면제하고, 경제적 책임도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충북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긴급 차량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적색 신호 때 3초간 대기 뒤 교차로 진입 등 나름대로 안전운전 수칙을 운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방어운전만 강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