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무용단 스토리텔링 공연 '판'
▲ 무용단 '에이스' 이영진(오른쪽)·김동훈씨
경기도립무용단이 18일 오후 5시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기획공연 '판'을 선보인다.
'판'은 올 10월까지 이어지는 총 6회의 시리즈 공연으로, 매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기도립무용단 관계자는 "'판'은 놀이의 의미, 해방적인 느낌을 담고 있는 말"이라며 "우리 선조들이 주로 마당과 같은 판을 벌여 한바탕 놀면서 권력에서 해방되고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처럼 이번 '판' 공연은 이미 굳어진 기존 무용 공연의 형식을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됐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의 관람 포인트는 총 두 가지로, 먼저 스토리텔링이다. 그동안 선보였던 공연들은 태평무, 농악무, 아박무 등의 독립된 레퍼토리들로 구성돼 공연이 끝날 때마다 무대가 암전됐다. 레퍼토리들 간의 경계가 명확했던 것. 그러나 이번에는 레퍼토리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었다.

또 하나의 주목할 포인트는 경기도립극단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이번 기획공연 '판'에서는 경기도립극단 단원들의 내레이션이 어우러진다. 극단 소속 배우들은 숙련된 발성과 노련한 연기력으로 '판'에 뛰어들어 관객들이 공연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1부 주제는 나라(國)로 남성적 강인함과 웅장함 같은 다양한 레퍼토리들이 태평성대를 바라는 지금 우리마음을 담아낸다. 2부 주제는 백성(民)이고, 시대를 온 몸으로 겪으며 소비되어온 이야기들을 다룬다.

나머지 다섯 번의 판도 4월의 '마당', 7월의 '비, 바람, 구름, 천둥', 8월의 '농', 9월의 '단풍', 10월의 '사랑'으로 이어진다. 전석 1만7000원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





"관객 눈물 쏙 뺄 준비 됐습니다"

무용단 '에이스' 이영진·김동훈씨


18일 열리는 경기도립무용단의 기획공연 '판'은 '굿판을 벌이다, 춤판을 열다'에서 따왔다. 1·2부로 나눠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백성의 한'을 다룬 작품으로 최근 시대 상황과 묘하게 연계돼 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문둥북춤'과 '창작무'를 맡은 도립무용단의 에이스 이영진, 김동훈씨를 만났다. 본격 인터뷰에 앞서 한국무용을 어렵게 느끼는 관객을 위해 관람 팁을 부탁했다. 이들은 "이번 공연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그냥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울고, 무용수가 주는 에너지를 그대로 받으면 된다"고 말한다.


▲문둥북춤을 통해 최고가 되고 싶다

"탈의 최고 경기가 문둥북춤이라고 생각한다. 최고가 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이제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경기도립무용단의 에이스 이영진(45)씨는 이번 공연 소감이 남다르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전통춤을 배웠던 그에게 문둥북춤의 추억은 고통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문둥북춤은 양반의 자손이지만 조상들의 누적된 죄로 불치병인 문둥병에 걸려 출세하지 못하는 박탈감과 자포자기의 심정을 표현하는 마당극이다.

그는 "이 춤을 추면 굉장히 몸과 마음이 아프다. 탈을 쓰고 하니 얼굴은 안보이지만 어릴 적부터 이 춤을 추는 모습을 봐 왔기에 그 느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경기도립무용단에서만 16년 동안 춤을 췄던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태권무 공연을 꼽았다. 호주에서 줄을 서며 공연을 기다리는 외국인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고, 국제행사 때 뜨거운 바닥에서 맨발로 공연하다 발바닥이 모두 벗겨서 병원으로 실려 갔던 일도 있었다.

"오광대춤을 비롯해 태권무, 승무 등 수많은 춤을 배웠지만 예전 스승님으로부터 전수받지 못한 학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다양한 전통춤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연예인을 꿈꾸다 춤꾼이 되다

"어릴 적 연예인을 꿈꾸며 기획사에도 들어갔지만 남자들의 멋진 전통춤을 보고 진로를 바꿨다".

경기도립무용단의 김동훈(30)씨는 차세대 에이스다. 입단 2년에 불과하지만 전통 창작무용 분야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처음에는 남자 무용이라면 쫄쫄이 입은 모습이 상상돼 기피했지만 실제 남자들이 전통춤을 추는 모습에 반해 이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전통 창작무용은 이영진씨의 문둥북춤의 내용을 이어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둥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한을 풀어주는 살풀이춤인 셈이다.

김씨는 "직접 스토리를 짜고 안무를 만들어 창작무를 준비했다"면서 "춤동작뿐만 아니라 연기동작까지 집어넣어서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에서 문둥이와 친구로 설정돼 이 선배의 고통스러운 문둥북춤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만큼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뺄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만만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무용단에서 내가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게 잡아 줄 수 있는 실력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