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개발로 철거계획 확정...새 건물에 '과거 공간' 마련
118년 철도 역사를 간직하고 60년 가까이 경인선 열차를 품은 인천역 건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민간 자본으로 인천역을 복합 개발하려는 인천시가 역사 철거 계획을 확정했다. 역사 문화 자산이 개발 논리의 희생양이 된다는 우려 속에 보존과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인천역 개발 계획에 현재 역사를 철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1일 밝혔다.

시는 인천역 건물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시 관계자는 "인천역 역사는 지어진 지 6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역사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는 역사를 철거하는 대신 새로 지어지는 복합 역사에 박물관 형태의 공간을 꾸미기로 했다. 사진과 기록 등을 통해 인천역의 과거 모습을 남겨둔다는 것이다. 인천역의 앞날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진행 중인 '인천역 복합역사 개발 타당성 기본구상' 용역 결과가 이달 말 마무리되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한국 철도 탄생역'인 인천역 역사는 1960년 신축됐다. 1899년 경인선 개통 때 지어진 역사는 한국전쟁 때 파괴됐다.

57년의 역사를 지닌 인천역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흘러나왔다. 민자 역사 개발이 본격화한 2015년 4월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를 비롯한 31개 문화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경부선 서울역이나 경의선 신촌역처럼 논란 끝에 기존 역사를 보존하기로 결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인천 가치를 재창조한다는 시가 역사 문화 자산을 훼손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역을 철거한다는 방침은 반대 여론에 다시 불을 지필 전망이다. 개발 과정에서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면 일부라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방법론의 문제라는 것이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실내건축과 교수는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더라도 옛 모습을 간직하는 설계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라며 "역사를 단절시키는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과거의 흔적을 남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