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 자녀들에겐 가장 큰 충격 … 이성적 대처를"
하루 300쌍 이혼 … 대책마련 시급

이혼 위기 회피말고 적극 해결을

분노로 가득찬 부부들 상담 추천

분쟁 과정서 충분한 대화 나눠야

하루 평균 300쌍이 이혼하는 대한민국.

부부간 쉽게 이혼을 결정하고 그로 인한 자녀 양육이 취약해지면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이혼한 가정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은 거의 절반인 48.4%다.

이혼 가정의 미성년 자녀들은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전에 부모가 헤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고, 자녀들의 이혼율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23일 본지 칼럼리스트인 김혜숙(56)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협의회장(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에게 이혼 등으로 인한 위기가정의 문제를 합리적으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사조정위원회의 역할과 효과 등에 대해 들었다.

▲ 가사조정위원회는 어떤 곳인가.
- 수원, 성남 등 각 지방법원을 비롯 가정법원이 있는 곳에는 가사조정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회의 경우 136명의 조정위원이 있다. 가사조정제도는 법관과 교수, 변호사, 언론인 등 각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조정위원들이 가사분쟁의 당사자들에게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제도다.

현행 가사소송법상 가사조정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이혼, 사실혼여부의 확인, 입양취소, 이혼이나 약혼해제로 인한 손해배상, 동거부양 등 부부간의 기본의무에 관한 위반행위 등이 있다.

가사조정위원이 주로 맡는 사건은 이혼과 재산분할에 관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정을 통해 불화가 있는 부부에게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 하거나 당사자들이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라도 조정을 통해 서로간의 감정악화나 인신공격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한다.

가정불화가 있는 사람들은 사전에 가정법원을 가정문제전문 상담소로 생각하고 찾아와 조정을 통해 파국을 예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협의회의 경우 위원들이 다양한 조정 사례를 공유하고 의사소통기술과 분쟁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해 정기적 세미나를 운영하는 등 고도의 전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2003년부터 가사조정위원을 역임했는데 이혼 조정사건의 내용 변화는 없었나.

- 요즘 부부들은 부당함을 참고 살지 않는다. 부부싸움 후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와 그릇을 깨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이 있었다. 아내는 즉각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가 3일 후에 돌아왔는데 깨진 그릇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을 보고 화가나 재판이혼 신청을 했다.

조정 과정을 통해 남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의 변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간구하겠다고 약속하자 부부는 이혼을 취하했다. 아이들과 가정을 지키고자 참고 살았던 우리 부모세대와 요즘 신세대 부부들은 확연히 다르다. 부부가 서로 평등하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 이혼율이 높아지는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여러 복합적인 사회 요인이 있겠지만 여성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면서부터 이혼율이 급속히 늘었다고 본다. 1999년부터 재산분할청구제도가 시행됐다.

남녀평등의 원칙에 입각해 분업적 경제활동을 해온 부부 모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했다.

이는 이혼의 실질적 자유를 확보한 제도다. 부부가 이혼할 때 50대 50의 재산분할이 가능해 지면서 이혼율이 증가했다. 더 이상 가정폭력, 배우자의 외도, 경제파탄 등을 참지 않고 당당하게 싱글맘, 싱글대디로 살겠다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부부가 서로 기대하는 욕구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 이혼 등 위기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 경제적 어려움이다. 이혼 후 자녀 양육을 맡은 여성의 삶이 하류층으로 떨어질 우려가 존재한다. 엄마가 직장에 나갈 때 아이가 방치될 수 있다. 지자체와 지역사회 등이 함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한부모 가정을 위한 특별대우가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고용에 있어 싱글맘, 싱글대디 할당제가 운영되고 있다.

독일은 이혼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지만 어린 아이를 키울 때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다. 그러나 한국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오롯이 가정의 몫이고, 부모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조부모가 대신하는등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이혼이 자녀들에게는 아주 큰 충격이 된다. 그런 만큼 조정위원회에서는 자녀의 양육자 결정, 양육비 이행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필때 부부가 이혼을 해도 부모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녀의 복리에 최대한 안전을 도모하도록 하는게 최상이다.

▲ 이미 감정이 상해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정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서로에게 적대적이고 분노로 가득차 있는 사람들은 대화가 어렵다. 자신의 말만 계속 하고 타인의 말은 듣지 않는다.

마음의 독소를 빼기 위해 부부상담을 추천한다. 자신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상하게 둔 것도 화로 가득차게 만든 것도 결국 자신의 선택이고 결정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상담시간을 주면 판결단계나 조정단계에서 좀 더 이성적으로 문제를 보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어린아이나 성인이나 자신에게 처음 닥치는 일에 대해서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기 때문에 자기방어나 공격성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가정에 한마디.

- 위기를 기회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삶엔 다 위기가 있다.

문제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할지 풀어나가는 방식이 중요하다.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족들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나면 비온 후 땅이 굳듯이 결속과 유대감이 생긴다. 유대의식이 만들어질 때 가정이 영속할 수 있다. 외부요인에 의해 자아가 무너지지 않도록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의식적으로 알고 행동해야 한다. 인생에서 결혼도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었다면 이혼과 자녀양육, 재산분할 등의 분쟁과정에서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내는 성숙한 자기의식이 필요하다.
/글 박현정 기자 hjpark@incheonilbo.com
/사진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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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조정위원회는?
가사사건 訴 내기전평화로운 해결 유도

가정법원에는 가사조정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조정위원회는 판사인 조정장 1인과 조정위원 2인으로 구성된다.

조정위원은 학식과 덕망이 있는 자로서 매년 가정법원장 또는 가정법원 지원장이 위촉한다.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조정전치주의가 적용돼 가정법원의 재판을 거치기 전에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재판으로 이혼하려는 사람은 소장을 내기 전 먼저 가정법원에 조정을 신청해야 한다. 조정신청을 하지 않고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해야 한다.

가정법원의 재판을 거치기 전에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이유는 가사 사건 대부분이 개인적으로 민감하고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조정위원회가 원칙적으로 조정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가사 사건은 가정 불화, 친족 분쟁 등이 주된 원인으로 당사자 간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정절차를 통해 평화롭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목적도 있다.

조정을 통해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조서에 그 내용이 기재되면 재판상 화해가 이루어진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다. 조정기일에는 각종 사실조사, 증거조사, 의견청취 등이 이루어진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이혼소송을 계속 진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