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부터 귀성객 기차표 예매가 동이 났느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얼마 걸린다느니 하는 뉴스가 계속된다. 아이들에게 고향 풍경을 그리라고 하면 아파트를 그린다는데, 그래도 설이나, 추석이면 고향을 거론 안 할 수 없다.
내내 인천에서 살고 있는 내게는 고향이라는 어감이 희미해져 별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설이라고 해봐야 식구들이 다 지근거리에 있으니 낮에는 시댁에서, 저녁에는 친정을 들렀다가 집으로 오면 특별히 명절이라고 할 것도 없는 하루가 가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집에 왔는데 누군가가 지금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설 특선영화를 보란다. 인천이 촬영지라고 한다. 얼른 텔레비전을 켠다. 중앙시장, 자유공원, 차이나타운, 북성포구 등등 모두가 익숙한 장소들이다. 영화를 떠나 잘 알고 있는 공간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와락 반가움이 든다. 그 공간에 내가 서 있던 풍경과 겹친다.
시인은 몸이 아파 의원에게 진찰을 받는다. 타지에서 아플 땐 외로움을 동반한다. 그러니 고향의 아무개를 의원도 잘 알고 나도 잘 안다는 것만으로도 의원의 손길이 따뜻해지고, 그 따스함 속에 고향이 있음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고향은 시간이 쌓은 정을 기반으로 무한대의 공감을 형성한다. 인천의 익숙한 공간이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처음 만난 의원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을 그도 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막역한 거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향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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