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책방 각양각색 … 종이책 넘기러 가볼까
▲ 교보문고 송도점 내 키즈가든.
▲ 김순배 대한서림 대표
▲ 영풍문고
▲ 씽크빅문고

인문학 모임·연주회 등 문화복합공간
문구·디자인용품 즐비 학생들 놀이터
지역 내 '오프라인 서점 고군분투' 중


경인철 1호선 인천행에서 만난 정다혜(26)씨는 20분 째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뭘 보냐고 묻자 "이북(E-book, 전자책)봐요. 서점가긴 귀찮고 책 들고 다니기도 무겁잖아요." 그리고는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한다. 같은 시각 옆 칸의 이상철(62)씨는 슬쩍 보기에도 손때가 묻은 <아리랑>을 읽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책은 종잇장 넘기며 봐야 제 맛이지. 스마트폰은 영 집중도 안 되고 감질나자녀."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뉴미디어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종이책과 종이신문이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준 지는 이미 오래. 그렇다보니 자연히 오프라인 서점으로의 발길도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의 빳빳하고도 부드러운 질감과 잉크 냄새를 기억하며 종이책의 '아날로그' 매력을 그리워하는 이들, 바쁜 하루 짬을 내 서점에 들러 빼곡한 책꽂이를 보고 안정감을 찾는 이들이 있다. 책에 대한 향수를 전하기 위해 서점은 '책을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 동인천 추억의 공간 '대한서림'

대한서림은 1953년 피난민 고 홍영선씨가 문을 열었다. 이를 1978년 사위 김순배 대표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1989년 6층짜리 현재의 건물을 매입해 대한서림을 인천의 첫 대형서점으로 우뚝 세웠다. 다양한 분야의 약 40만 종의 책이 늘 구비돼 있어 '대한서림에 없는 책은 인천에서 구할 수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곳은 1990년대까지 인천 최고의 번화가였던 동인천에 대한 추억의 상징 공간이다. 1960년대부터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 문화 공간이기도 했다. 대한서림은 1990년대 중반 정점을 찍고는 서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1~5층 건물 전체 가운데 1·2층을 빵집 겸 카페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손님들이 한번이라도 더 책을 읽게 하려고 카페에 신간 진열대와 읽을 책을 마련했다"며 "그만큼 서점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는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동구 주민 연령층이 높아 서점 방문객도 어르신이 많다. 어르신은 오전에 와서 책을 둘러보고 가고, 오후엔 퇴근길의 30대층이 책을 사러 온다.

김 대표는 "가끔 유치원에서 단체로 견학 와 책을 보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을 보면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인천의 대표 서점으로서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부평 지하상가 랜드마크 '씽크빅문고'

이곳은 '단일 면적 최다 지하상가 점포 수'로 기네스북에 오른 부평 지하상가에 있다. 게다가 엄청난 인구가 오가는 만큼 씽크빅 문고는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큰 사람·큰 생각'을 추구하는 노태손 대표의 의지가 담긴 상호명, 씽크빅문고.

노철환 부장은 "워낙 유동인구가 많아 고객이 줄었다는 건 크게 못 느끼는 편"이라며 "종이책 특유의 질감과 냄새를 추억하는 기성세대가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고객 과반수가 20~30대이면서 70%가 여성인 점과 유동 속도가 빠른 점을 활용해 밖으로 나가는 통로 쪽에는 밝고 가벼운 주제의 책을 진열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와 잡지류 앞에 긴 소파를 배치해 잠시나마 책에 시선을 유도하는 것도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또 모퉁이에 마련한 카페에선 매달 첫 주 월요일 오후 5시부터 인문학 독서 모임이 진행된다. 매장 직원이 추천한 책을 읽고 오면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방학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 공간으로 이용한다. 부평아트센터와 연계해 북콘서트를 진행하거나 연말연주회를 열며 시민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노 부장은 "고객 동선과 특성을 분석해 더욱더 많은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라고 했다.


# 접근성 최고 '영풍문고 인천터미널점'

인천터미널 지하1층에 위치하면서 신세계 백화점·웨딩홀과 연결돼 지리적 강점을 보이는 영풍문고. 2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 주차 1시간 권을, 3만 원 이상 구매 시 2시간 권을 받을 수 있어 방문 고객에게 또 하나의 편리함을 준다. 이곳은 10만종 20만 권의 국내·외도서와 문구, 음반 등을 갖추고 있다. 2015년 매출 57억에 비해 지난해는 51억으로 감소했지만 할인이나 적립 2배 이벤트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특히 포인트는 최초 3% 적립이지만 등급이 올라가면 최대 6%까지 쌓을 수 있다. 또 출판사와 협약해 증정품을 주기도 한다. 이곳 역시 베스트셀러와 신간도서를 별도로 배치한 진열장이 독서 공간을 조성하고 있어 바쁜 이들이 잠시나마 책을 읽고 간다.

영풍문고는 오후시간 대부분 손님들로 북적인다. 특히 인천시민 외 터미널 이용객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들렀다가 고객층이 다양하다.

김형남 주임은 "아무래도 온라인 서점 이용객이 늘면서 매출이 줄은 건 사실"이라며 "그래도 20년간 운영해 온 덕분에 시민들에게 익숙해 많이 와 주신다"고 말했다.


# 입구 작아도 안은 넓은 '교보문고 인천점'

구월동 이토타워 지하 1층에 위치해 처음 오는 고객은 '입구 찾아 삼만 리' 일수도 있다. 하지만 매장은 책과 문구, 디자인 용품 등도 즐비해 학생들의 놀이터다. 송도점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미팅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특히 인근에 있는 방송통신대 교재도 별도로 마련돼 편리하다는 평가다.

로데오 거리가 있어 젊은이들이 주 고객층이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중·고학습서로, 11만9762권, 11만7082권, 10만1628권이 팔릴 정도로 중·고등학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점은 시기별 맞춤 홍보로 고객을 사로잡는다. 1~2월은 신년이자 방학을 맞아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엔 학습지나 대학교재를 집중 홍보한다.

이곳은 지난해 회원에게 보조배터리를 무상으로 빌려줘 큰 호응을 얻었다. 급히 스마트폰을 충전해야하는 고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였다. 박용식 대리는 "올해 역시 방문 고객의 특성이나 현황을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지식충전 휴양지 '교보문고 송도점'
지난해 4월 문을 연 송도현대프리미엄아울렛 교보문고. 영화·드라마 DVD, 문구 등 다양한 문화 아이템을 판매하는 '핫트랙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문화향유형' 매장을 내세우며 시민에게 서점 특유의 딱딱한 느낌대신 아늑하고 따뜻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렛 특성상 다양한 고객층이 오는 점을 감안해 매장을 조성했다. 송도점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 현황을 분석 결과, 20~30대 여성이 가장 많고, 그중 신혼부부가 많았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주부가 많기에 집안일을 마친 뒤 오후 2~3시쯤 아이와 함께 오는 고객이 상당하다. 유아·아동 도서가 많이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도점은 그야말로 서점 보다는 복합 문화 공간에 가깝다. 초록 식물을 가져다 놔 공원에서 책을 읽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독서 라운지, 가벼운 책 읽기부터 사색에 빠질 수 있는 1인용 독서 바,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동네인 만큼 주부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아이와 책을 읽고 문화체험도 하는 키즈가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자우까지.

송도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판매부수는 약 21만 권이다. 천은정 센터장은 "한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기에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며 "올해는 1주년을 맞아 고객 참여 행사를 진행해 더욱더 운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김순배 대한서림 대표 "독서르네상스 돌아왔으면"

"20년 전만해도 우리 서점 주변 100m안에 서점만 8개 있었어요…. 지금은 휴대폰 매장이 다 꿰찼죠."

1978년부터 대한서림을 운영한 김순배(72) 대표는 갈수록 오프라인 서점을 찾기 힘들어 안타깝다. 대부분 온라인을 이용해 오프라인 서점은 설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한서림 역시 60년 넘는 시간동안 위기가 없던 건 아니다. 가게 규모를 줄이기도 하고 문을 닫으려고도 했었지만, 이제 대한서림은 김 대표만의 것이 아닌 인천의 상징적인 공간이 돼 버렸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 서점이 위기를 겪는 데는 독서량이 준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 학생때 만해도 시집을 들고다니며 너도나도 자랑하듯 구절을 외우곤 했다"며 "지금은 책 들고 다니는 사람조차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하나면 다 되는 '지나치게 편리한' 세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도요토옙스키의 '죄와 벌' 같은 장편소설을 전자책으로 보면 그 감성이 제대로 전달될까요? 글쎄요."

대한서림 건물 외벽엔 '우리 집 주말은 서점가는 날'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다시 전처럼 지하철에 탄 승객들 손에 책이 들려있고, 어릴 때부터 서점을 자주 드나들며 종이책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책이야말로 '인생의 교과서'라고 강조한다. 시민에게 책을 가깝게 하기 위해서라도 오프라인 서점이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점 주인들이 전처럼 재미있게 장사하고 싶도록 '독서 르네상스' 시대가 돌아오길 바랍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