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보호協 "먹이주기 통제로 희귀종 고사 위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조류보호협회들이 근본적인 AI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들은 방역당국이 AI 원인을 철새 탓으로 돌리면서 철새 먹이주기를 통제해 희귀종이 고사 위기에 놓여 차라리 먹이를 주면서 철새를 모으고, 축산농가의 위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도에 따르면 H5N6형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양주·포천·이천 등 8개 시·군 34개 농가이며, 도내 전체 5400만마리 중 10%인 530만마리(56개 농가)가 살처분 대상이 됐다.

최초 AI 발생 원인에 대해 방역당국은 H5N6형 바이러스가 철새 등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철새도래지를 통제해 철새 먹이주기 등 도내 일부 탐조 프로그램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내년 1~2월 예정된 안양시 안양천 생태이야기관의 겨울철새 탐조 프로그램이 AI 위험이 해제될 때까지 취소됐고, 안산 갈대습지 공원도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또 내년 1월 예정된 파주시 철새 먹이주기 행사도 취소되는 등 철새 도래지 방문이 어려워지게 됐다.
방역당국은 철새도래지에는 가급적 방문하지 말아야 하고, 부득이 간 경우에는 신발 세척·소독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애꿎은 철새에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며 오히려 철새 먹이주기 등을 적극 권장해 먹이를 찾아 흩어지는 철새를 한곳에 모으고, 철새의 도래도 유지해 나가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는 겨울철마다 일반인 100~200명을 모집해 철새 먹이주기나 탐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AI가 철새의 영향이라는 여론과 방역당국의 철새도래지 통제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AI 발생과 확산이 철새 때문이라는 시각은 맞지 않다"며 "오히려 열악한 가금류 사육장에서 철저한 위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철새의 분비물이 바이러스 유입 원인이라는 지적도 확대 해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오히려 철새 먹이주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존 국내 도래 철새는 물론 희귀종들이 일본 등 타국으로 옮겨가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도 방역당국의 철새도래지 통제 조치로 철새 보호를 위한 철새 탐조나 먹이주기 행사를 중단하게 됐다.

이들은 AI의 확산이 철새 때문이라는 시선에 대해 오히려 양계장 등 축산농가의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일부 농가에서 가금류의 성장을 촉진하고 햇볕도 잘 쬐지 못하는 것은 물론 환기도 잘 안 되는 환경에서 사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축산위생연구소도 가금류 농가에 동물복지가 도입돼 면적당 가금류 사육수 등이 정해져있지만, 생산성이나 경제성을 따지는 농가의 특성상 지키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 축산위생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국내 AI 유입은 철새가 맞다. 철새도래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고 이후 농장에서 발생했고, 확산 원인은 방역당국에서 파악 중"이라며 "철새 먹이주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방역기관은 가축 방역 조사에서 가급적 방문을 피하는 것으로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