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낡고 길 좁아 … 소방차도 '무용지물'
22곳 전통시장 소화기 설치 절반 못미쳐
"시장에 불? 소방차도 못 들어오는데 끔찍한 소리 하지 마세요."

1일 인천 부평깡시장에서 식재료를 취급하는 상인 김모(67)씨는 대구 서문시장을 할퀴고 간 화마를 외면하듯 대했다.

김씨는 "여긴 50년도 더 된 시장이라 건물은 낡고, 탈 것도 많아 큰 사고로 이어질 텐데 큰일 날 소리"라며 "길도 좁고 좌판들도 널브러져 있어 소방차 출동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깡시장을 비롯, 부평역 주변 대규모로 자리 잡고 있는 부평종합시장은 그나마 화재 대비를 잘 갖춘 곳 중 하나다. 지난해 환경개선사업이 이뤄지며 어느 정도 안전시설들이 마련됐다.

전통시장으로는 드물게 몇 발자국에 한 개씩 소화전도 위치해 있다. 요일별로 담당자가 정해져 있어 물건이 쌓여 있는 일도 적다.

하지만 한 소방관은 "시장 안에선 자동차 통행이 안 돼 화재 발생하면 호스 들고뛰어야 할 판"이라며 "천장은 막혀 있고 방화벽도 없어 연기와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진입이 힘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계양구 병방시장같이 작은 전통시장들은 비교적 더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시장 골목이 협소해 오토바이 다니기도 버거운 지경에 마땅한 소화전도 없다. 주거지역이라 사고 시 2차 피해 가능성도 농후하다. 상인들의 초기 진화에 기댈 수밖에 없다.

11월30일 대구 서문시장을 집어삼킨 불은 이틀이나 진화되지 않고 있다. 대형사고로 번진 이유로 '노후 건물'과 '소방차 진입로 부족' 등이 지목된다. 인천지역 49개 전통시장도 서문시장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청 2015년 화재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인천 22곳 전통시장에 소방차 및 소방대 진입이 확보된 경우는 86.4%(19곳)다.

나머지 시장들은 불이 나면 진화하기 위한 진입 통로 하나 제대로 없다.
소방법에 따라 소화기 설치가 필수인 상가 중 51%는 이를 어겼다. 이 가운데 11%는 이마저도 불량이다.

화재 대비를 위한 시설물 관리도 엉망이다. 옥내외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와 같은 공용부분 소방시설 보수비용만 5015만원으로 집계됐다.

소방 관련 전문가는 "막대한 예산과 이익 충돌 등으로 당장은 해결하기 힘든 오래된 전통시장의 구조적 한계에 시장 상인들의 안전의식 결여까지 맞물려 있다"며 "화재 피해로 신음하는 서문시장 문제는 어떤 시장에서든 일어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