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행자부 비현실적 요구 부담"…시민 '무관심'
4000억 예산 투입 불구 호응 없어…道 "개선안 마련"
행정자치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명주소 도입 3년째를 맞았지만 경기지역 시민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의 외면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도로명주소는 국내 지리와 시대적 관습상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행자부의 무조건 강행을 지자체가 받아들이지 않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23일 도내 지자체, 우정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도로명주소가 전면 도입 된지 3년째에 이르지만 여전히 시민은 물론 지자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주소 표기제도인 도로명주소는 관련 법률이 2007년 통과되고 2014년 전면 도입됐다. 여기에 예산만 약 40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도로명주소는 지번주소에 익숙해져 있는 시민들로부터 별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행자부와 경기도가 지역 도로명주소 활용시책 등을 전면조사에 나서며 지자체에 업무실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또 행자부에서 도로명주소 사용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수행하기 어려운 지자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도는 올해 10월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로명주소 업무추진 평가에서 홍보, 우수사례, 시설물일제조사 등 전체적인 실적이 지자체 간에 2배 이상으로 차이가 벌어지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는 지자체에 팀장을 포함한 직원 3명으로 '도로명주소 전담팀'을 구성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상당수 지자체가 여건이 안된다며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현재 안양·의왕·동두천·하남·시흥 등 5개 시·군은 전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시흥·오산·여주·과천·가평·연천 등 6개 시·군은 전담조직을 아예 두지 않거나 폐지한 상태다.

대부분 지자체는 토지와 관련된 부서의 공무원 1~2명이 본 업무와 도로명주소 업무를 병행한 탓에 홍보추진, 안내시설물 관리, 상세주소·건물번호 부여 등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 시·군은 직원인력부족으로 지역행정수요를 감당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도로명주소팀을 새로 구성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로명주소 팀을 꾸리면 업무가 수월해지니 당연히 원하고 있지만, 한정적인 공무원 인력을 쪼개는 것이 쉽지가 않다"며 "도로명주소와 관련된 업무는 시 내부에서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로명주소 사용에 시민들도 기피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수원시 등 공공기관에 찾아온 민원인 10명 중 9명꼴은 각종 서류에 지번주소를 써내 도로명주소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한 구청 직원은 "일부 젊은 세대가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긴 하는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도로명 주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우체국의 직원들도 일반 시민의 도로명주소 사용률을 30%대로 예측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로명주소 활성화 관련 업무를 수행하려면 전담인력조직이 반드시 필요한데, 시·군의 관심부족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해결을 위해 지자체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는 향후 시·군 현지평가에서 건의된 사항에 대해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행자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