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경비단, 中 불법어선 대응 역부족 불구
政, 서해5도 전담 해양경비안전서 신설 외면
▲ 10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해경 고속단정 침몰에 대한 해양주권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청와대는 10일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들이받아 침몰시킨 것과 관련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외교부도 9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주한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정작 어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건이 터질때 마다 요란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추정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어민들이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불법조업 어선을 막다가 해경들이 잇따라 순직하는 등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되풀이되는 공허한 정책

올 6월 연평도 어민들이 직접 나서 중국 어선을 나포한 이후, 어민들은 내실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서해5도 전담 해양경비안전서 신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담반을 신설하는 대신 조업철에 한해 서해5도 해역을 전담하는 특별경비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 경비함 2척이 추가로 배치돼 대형 함정이 총 4척으로 늘어나고, 단속 인력도 증가했다. 하지만 수백여척에 달하는 중국 어선을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반면 국민안전처는 포항해경의 담당 해역이 넓어 해경을 추가로 신설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 말 경북 울진군에 울진해양경비안전서를 신설하기로 해 서해 5도 어민들의 공분을 샀다. 정작 해마다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해5도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안감 안고 바다로 향하는 어민들

고속단정 침몰사건 이후, 연평도와 대청도 어민들은 불안감을 안고 조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조업 시간이 1시간30분 연장된 데다 꽃게 어획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사건이 해결될 때 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배복봉 대청도 어업인 회장은 "어민들 사이에서 조업에 나가도 괜찮겠냐는 말들이 오고 갔다"면서 "다행히 이번 일이 발생한 곳이 대청해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꽃게가 많이 잡히는 10월 말에 가까운 시점에서 이러한 일이 생겨 불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한편 연평도는 풍선 효과를 걱정하고 있다. 대청도 해역에 몰려갔던 중국 어선들이 강화된 해경의 감시망을 피해 연평도로 몰려오지 않겠냐는 우려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대청도 주변에 해경의 단속이 집중되면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이 연평도 등 다른 해역으로 쏠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계산된 불법조업 우려

중국 어선들이 서해 NLL에 이어 한중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ZZ)까지 불법 조업을 하는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중어업협정에서 중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난 2001년 한중 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한국과 중국은 해마다 양국에서 교대로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EZZ에 입어하는 어선 척수와 어획 할당량 등이 논의 된다. 조업 영역의 합법 여부를 떠나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우리 바다를 일상적으로 조업을 하는 자신들의 영역 표시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올해는 현재까지 본회의 개최를 위한 준비회담이 두 차례 열렸지만, 입어 척수 규모 등을 놓고 양측의 견해가 엇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양측은 3차 준비회담 시기를 조율 중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정부는 배타적경제수역 문제에 대해 실무적으로 진전을 꾀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는 한중간 불법 조업을 해결할 수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하고, 특히 인천시를 통해 시민과 어민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시민단체, 해양주권 한목소리

인천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중국 선원의 폭력 저항과 관련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라는 여론으로 들끓었다.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1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일개 중국어선에 의해 무너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며 "중국정부는 책임을 지고 중국어선 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안전처의 기능 재검토 및 해양주권 수호를 위한 해경부활, 조속한 한중해양경계 획정 및 한중어업협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정의당 인천시당도 "정부는 이번 도발에 대해 틀에 박힌 항의로 끝내지 말고 영토와 주권 침해에 대해 당사자 소환 등 중국 당국에 더욱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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