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의견 분분 … 공직·기업, 회식자리 줄이거나 취소

이달 25일 인천 부평구의 한 카페에 여름방학 개학 이후 A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가장 큰 화두는 '김영란법'이었다. 학부모들은 다양한 사례를 서로 공유했는데,

특히 한 학부모의 질문에 모든 눈빛이 쏠렸다. 이 학부모는 "학부모 1명당 1만원 씩 걷어 5만원 이상 선물을 교사에게 선물하면 '김영란법'에 적용이 되냐"고 물었고, 학부모들은 '제재 대상이다', '대상이 아니다'라는 토론이 벌어졌다.

이 사례의 경우, 담임교사와 학부모는 직무 관련자이기 때문에 선물 금액이 5만 원 이상 초과되면 '김영란법'에 적용을 받는다.

이 학부모는 "관련 뉴스를 여러 번 봤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대해 이해했다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하다보니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 본격 시행된다.

이 법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으로 기준으로 하는 이른바 '3·5·10 법'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범위가 워낙 광범위한데다 사례 또한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어 시행 초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김영란법'과 관련한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10여 통 접수된다. 전화와 함께 메일을 통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주로 공무원 등 공직자가 가장 많고,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행사를 주관하는 여러 단체들이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영란법'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오락가락하는 분위기다.

한 지자체는 이달 30일 자매도시를 맺은 한 외국 공공기관 소속 귀빈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김영란법'에 저촉될 것을 우려해 식비도 1인당 3만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공직사회를 비롯한 기업 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만나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해 회식을 포함한 약속을 일단 모두 취소했다"며 "일단 무조건 조심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저녁 약속을 줄이는 분위기다.

인천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점심 식사는 보통 1인당 3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데 술을 마시는 저녁 식사 자리가 걱정이 된다"며 "만나는 것 자체를 아예 줄일 수 없어 초과되는 금액만큼 참석자들과 나눠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