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화들짝 놀라게 하려는 건 아니다. 지난 주 리우 올림픽에서 박세리 감독이 이끄는 우리의 여자 골프 올림픽 대표단은 박인비의 금메달 획득과 함께 대한민국 골프를 전 세계 골프 시청자에게 커다란 인상으로 남겨 주었다.

1997년 박세리 선수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이 우승으로 당시 IMF을 겪고 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감동과 용기를 불어 넣었다. 게다가 이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소녀들이 골프에 입문을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들이 이름하여 '박세리 키즈'다.

박인비도 박세리 키즈 중 하나다. 그리고 19년이 흘렀다. 박인비는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우승으로 골든 그랜드슬램이란 지구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는 1997년 박세리의 우승과 비교해도 그 파괴력이 더욱 크다. 게다가 온 국민의 관심과 공중파 3사가 모두 중계하는 흥행몰이까지 하며 온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박인비만 훌륭한 건 아니다. 박세리 감독을 위시해 참가한 양희영, 김세영, 전인지 선수를 포함한 그들의 선전과 감동에 매료돼 1997년 그 때보다 더 많은 소녀들이 골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름하여 박인비 키즈가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런 박인비 키즈들은 할머니 박세리와 엄마 박인비의 기록을 깨는 새로운 골프 역사쓰기에 주인공이 머지않아 탄생할 것이다.

▲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그러니 박인비는 곧 다둥이 엄마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박세리와 박인비를 잇는 대한민국의 세계 골프 계보를 이을 걱정 따위는 기우다.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성은정(17세, 영파여고) 선수다. 2013년부터 국가대표를 역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작년에 이어 올해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 대회에 2002년 박인비, 2005년 김인경, 신지은과 이민지도 챔피언 출신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2주 후 있었던 US여자 아마추어 대회 챔피언까지 연승했다. 역대 우승자 중에는 현재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가 2012년 우승을 했고, 현재 세계랭킹 3위인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이 2014년 우승했다. 최저 나이 제한이 없는 이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 모두를 물리치고 주니어로서 두 대회를 연달아 석권했다.

1895년 이 대회가 열린 이래 106년 역사 동안 두 개의 대회를 통틀어 우승한 것은 성은정 선수가 유일하다.

대기록이다. 아마추어 신분이지만 KLPGA 초청 선수로 여러 대회를 참가해 비록 우승 기록은 없지만 대회 때마다 선두권은 물론 우승의 문턱까지 갔던 기록이 수두룩하다. 성은정은 아직 여고생 신분이다. 착실하게 학창시절을 마치고 프로로 전향하는 순간만이 남았다. 그야말로 또 한명의 대어(大魚), 대물(大物) 탄생이 예고돼 있는 것이다. /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