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저 섬에서 / 한 달만 살자 / 저 섬에서 / 한 달만 / 뜬눈으로 살자 / 저 섬에서 / 한 달만 / 그리운 것이 / 없어질 때까지 / 뜬눈으로 살자 - 이생진 시인의 시 <무명도(無名島)>

인천에는 섬이 많다. 가까운 시도, 모도, 신도 뿐만 아니라 이작도, 승봉도, 자월도, 덕적도, 연평도, 백령도 등 익히 알려진 섬 말고도 굴업도, 문갑도, 백아도 등 아직은 덜 알려진 섬들도 많고 무인도도 많다.

주말에 그 섬들 중 문갑도에 다녀왔다. 문갑도는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를 거쳐 배를 옮겨 타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섬주민이라야 70여명이 전부인 섬이었다. 섬은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밤에 호박고구마 속살 같은 달을 보았다. 이른 아침 인적이 없는 한월리 해변에 발자국을 찍었다.

낮에는 산등성이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고구마꽃이 핀 걸 보았다. 누군가 고구마꽃은 웬만해선 안 피는, 보기 드문 꽃이라고 했다. 행운 운운하기도 했다. 어젯밤 붉은 달을 먹고 핀 꽃인가 했다.

예전 문갑도 부근에는 새우 어장이 있었고, 잡은 새우를 보관하고 절이기 위해 독이 많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은 섬에 독을 구워내는 곳이 두 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터만 남았고, 마을 담벼락 그림에 독이 남아 있었다. 가끔씩 모래사장에서 발견되는 독 파편이 그때를 증거하고 있었다.

그 새우젓 독을 보기 위해 갔는데 시인의 시처럼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뜬눈'과 '한 달'을 생각했다. 뜬눈으로 맞이하는 한 달은 그리움과 정면으로 대면해 더 이상 그립지 않게 되는 시간이다.

지치고 힘들 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섬으로 들어오면 어둠이 뱉어놓은 별들과 달을 먹고 피운 고구마꽃과 인심 좋은 어르신의 선한 눈빛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달의 시간에 따라 밀물과 썰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바라보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다시 바다만 바라보면 오래 전 독 안에 절여진 무수한 새우처럼 잡념이 절여져 다시 이겨나갈 힘도, 그까짓 것쯤 하고 털어버릴 힘도 생기지 않을까. 섬은 섬인 것만으로 그 모든 것을 해내고 있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