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인천시 연수구청장
▲ 이재호 인천시 연수구청장

송도 LNG 생산기지의 가스누출 사고가 일반에 공개됐던 지난 2007년 당시 인천시의원 신분으로 '인천 LNG생산기지 가스누출 사고 관련 특별위원회'를 꾸려 활동했던 필자가 주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안전' 문제였다.

당시 특위 활동에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가스공사가 이미 2005년 9월에 가스 누출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2006년 2월에서야 해당 사실을 감사원에 보고했고, 같은 해 9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이 사실은 다음 해인 2007년 2월, 즉 사고 발생으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일반에 공개됐다. 게다가 그해 1월 환경단체의 제보가 없었다면, 그로 인한 여론의 압박이 없었다면 그 같은 공개가 가능했을까?

또 하나 가스공사는 당시, 가스 누출의 원인을 탱크 천장의 미세한 균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누출 탱크를 계속 운영하려던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에 밝혀진 사실은, 탱크 천장의 균열이 아니라 LNG유입 파이프와 저장탱크 사이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고, 이 같은 사실 또한 가스공사측이 아니라, 당시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민·관안전대책협의회에서 발견했다.

첫 번째 문제는 가스공사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정보 독점에 관한 문제이고, 두 번째 문제는 가스공사의 안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전문성에 관한 문제다. 알다시피 가스공사는 현재, 3기의 LNG 저장탱크 증설 문제로 연수구와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주민의 안전에 대한 담보'로부터 비롯된다. 굳이 옛날 일을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10여 년 전의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자, 다시 한 번 되물어보자. 과연 안전한가?

최근 전임 구청장이자 지역사회 원로께서 언론사 기고를 통해 필자에게 '귀중한 말씀'을 해주셨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공무원으로서, 행정심판법에 따른 인천시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말씀이다.

'구청장의 직무유기(?)'(인천일보 2016년 6월17일자 10면)라는제목으로 '국가적인 사업이고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공익사업에 포퓰리즘을 의식해 몽니를 부리지 말 것'과 '찬반양론이 존재하는 사안에 적극 중재하고 해결해야 할 구청장이,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등 사심 없는 충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스공사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 4월25일 인천시 행정심판위원회의 결론과도 다르지 않다. 위원회는 당시 결정문에서 가스공사 측이 보다 적극적인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가스공사는 그날 이후, 이와 관련된 어떠한 절차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는 쪽이 어디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 분이 구청장으로 재임하던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1992년 불과 3기의 저장탱크로 시작됐던 송도 LNG기지가 지금은 20기까지 늘어났고, 계속된 매립으로 인해 LNG기지와 송도국제도시와의 거리는 현재 2㎞에 불과한 상황이다.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가스공사가 여태껏 보여 왔던 구태의연한 태도로는 그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가적인 사업이고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공익사업'이니 안심해도 될까?' 라는 주민들의 질문에 대한 답은, 비전문가인 구청장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공공기관이 해야 한다. 설령 해당 공공기관이 법률에 요건이 없다고 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하더라도, 주민들의 대표인 구청장이 답을 요구하는 것이 포퓰리즘을 의식한 몽니인가? 오히려 이러한 고려 없이 가스공사의 저장탱크 증설과 관련된 건축허가 신청에 대해 해당 법률 조항만을 따져서, 요건에 부합하면 '승인'하고 부합하지 않으면 '불허'하는 것이 구청장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연수구청장은 구민이 뽑아준 자리다. 물론 연수구민도 인천시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국가적인 이익과 구민들의 이익이 서로 충돌할 때 연수구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가 연수구청장이다. 구청장이 해당 사안에 대해 중재에 나서기 위해선 합의점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사안에서 합의점은 이 글 첫머리에 있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가스공사의 답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직 가스공사로부터 그 답을 듣지 못했다. /이재호 인천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