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천 교장 '뿌린대로 거둔다' 교육철학 … 체험학습·인성개발 강조

"예술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돼야 합니다"

고양예술고등학교 김덕천(63·사진) 교장은 '뿌린대로 거둔다'는 자연의 이치가 교육에도 정직하게 적용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올해 개교 10주년을 맞은 고양예고는 250여명의 전문 강사진과 대학교 수준의 우수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고양예고는 그동안 서울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 등은 물론 한예종·중앙대·동국대·서울예대 등에 수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며 경기북부 최고의 예술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환일고와 예일여고 등 인문계 고교에서 30년 넘게 교편을 잡고 지난해 3월 취임한 김 교장은 진학률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흙과 함께 평생을 살았던 학교 설립자의 '종과득과(種瓜得瓜·오이를 심으면 반드시 오이가 나온다)', '종두득두(種豆得豆·콩을 심으면 반드시 콩이 나온다)' 신념에 따라 학생들이 사회의 이로운 존재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하는 산행' 등 다양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라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지 않겠느냐. 예술인으로서의 기능과 진학률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되바라졌다'는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고양예고만의 특장점으로 '열린길 체험학교'를 꼽았다. 1·2학년생들이 교과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다른 학과 전공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평소 접하지 않던 문화체험을 통해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고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고유 양식을 개발, 학생 상담내용을 상시 기록하는 것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그는 "고양예고 선생님들은 숨겨진 원석을 다듬어 빛나는 보석으로 빚어 낸다는 자부심이 있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아이들의 미래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나태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1960년대 고양지역은 지금의 100만 도시 위용과 달리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먹고살기도 빠듯했던 당시 교육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었고, 특히 여성들에 대한 교육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옛 고양군에서 과수농장을 경영하던 고(故) 송준화(1917~1995) 선생은 이 같은 여성차별 정서를 늘 안타까워하다가 1969년 사재를 모두 내놓아 고양여자중학교를 설립한 데 이어 1974년 고양여자상업고등학교(백송고의 전신)를 세웠다.

지역 여성인재 배출의 산실이던 고양여중은 이후 고양예술고등학교로 옷을 갈아입고 지난 2006년 첫 신입생을 받았다.

김 교장은 "지금까지 10년이 설렘의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도약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고양=이종훈 기자 j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