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편집장
▲ 황해문화편집장

워낙 사건·사고가 많은 재해(災害)공화국인 터라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아주 오래전 일 같지만, 불과 1년 전 이맘때 정확하게는 2015년 5월20일 첫 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그동안 의료선진국을 자임하던 대한민국이 세계화 시대, 사막을 건너 온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에 대책 없이 뚫린 것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도 없이 민관합동대응 태스크포스, 메르스관리대책본부, 메르스지원대책본부 같은 대책기구들을 남발하며 우왕좌왕했다. 보건복지부는 날이 갈수록 감염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3차 감염자는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 휴원 명령이나 폐쇄명령을 내리기는커녕 병원 명단 공개조차 하지 않아 두려움에 떠는 시민들 사이에서 온갖 이야기들이 난무했지만, 정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대신 유언비어 유포자를 색출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전 국민이 불안과 공포로 떨고 있는 상황, 최일선에서 싸워야 할 병원과 의료진마저 허둥지둥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종합병원들도 메르스 감염에 속수무책이었다. 타 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확진환자였지만, 받아줄 병원이 없었다. 그때 인하대병원이 선뜻 나섰다. 자칫하면 병원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하대병원 김영모 원장은 먼저 의료인의 의무를 떠올렸다. 인하대병원에는 믿을 수 있는 전문의가 있고, 질병 감염을 방지할 수 있는 최신 시설이 있었다. 그는 동료 의사들과 직원들을 믿었고, 큰 결단을 내렸다. 동요할 수 있는 직원들에게 서로를 믿고 용기를 내자고 힘을 북돋았다. "우리는 완벽한 음압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매뉴얼대로만 한다면 더 이상의 추가 감염은 없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우리는 결코 의료인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대학병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각자 본연의 역할을 해달라." 24일의 기나긴 사투 끝에 인하대병원은 환자를 살려냈고, 지역사회는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과 병원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와 함께 자부심을 품을 수 있었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공포에 맞서는 용기가 곧 희망 그 자체이며,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본성"이라고 말했다.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