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몰랐다" 기존 주장과 상반…조직적 부정행위 가담 의혹 커져

 
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디젤 게이트'를 일으킨 폴크스바겐이 이미 10년 전 미국의 환경 규정을 피해갈 방법을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만들어 발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는 몇몇 기술자만 조작 사실을 알았다는 폴크스바겐의 기존 주장에 배치되는 것으로, 회사가 조직적으로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폴크스바겐 고위 임원이 2006년께 차량의 배출가스 수치를 미국의 기준에 맞춰 적게 눈속임하는 방법을 파워포인트 자료로 만들어 발표하도록 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료를 직접 본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수 페이지 분량의 이 자료는 그래프까지 첨부해 미국 당국의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한 맞춤형 눈속임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놨다.

미국 규제당국은 실험실에서 실제 도로주행을 가정해 몇 가지 실험하는데, 이 같은 실험이 전부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실험 패턴이 감지될 경우 배출가스의 양을 줄이도록 하는 코드를 소프트웨어에 심으면 된다는 내용이다.

이 코드에 따라 실험 시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고, 일반 운전자가 주행할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게 된다.

자료가 어디까지 전파됐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이 발표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폴크스바겐 내부 인사들이 부정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래 줄곧 몇몇 기술자들이 저지른 일로 경영진은 이 사태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마르틴 빈터코른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사임 기자회견에서 "나로서는 어떠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고 강변했고 마이클 혼 폴크스바겐 미국 대표도 미국 하원에 출석해 "회사의 공식 발표 며칠 전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빈터코른 전 CEO는 2014년 5월 미국 배출가스 시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메일로 보고받았으며, 이듬해 7월에는 이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내부 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불렀다.

현재 폴크스바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