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 하 연둣빛 새 이파리 / 네가 바로 강철이다 /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 썩어가는 것들 크게 썩은 위에서 / 분노처럼 불끈불끈 새싹 돋는구나 / 부드러운 만큼 강하고 여린 만큼 우람하게 / 오 눈부신 강철 새잎' 박노해 시인의 시 '강철 새잎'

부평구청 청사 정면, 공감 글판이 박노해 시인의 '강철 새잎' 중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새순 돋는다'로 바뀌었다. 어느새 봄빛이 완연해지면서 지천이 연둣빛이다. 봄이 어룽어룽, 슬금슬금 오기도 하고, 포르릉 날개짓 하며 오기도 한다. 늙은 고목을 뚫고 잎이 돋고 언 땅을 녹여가며 꽃을 피운다. 겨울과 봄 사이, 자연의 경이 앞에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시인의 말대로 여린 새잎은 '여린'이 아니라 '강철'일지도 모르겠다. 강철과 새잎 사이의 간극은 멀지만 저 새잎이 어떻게 돋아났는지를 생각하면 한편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때, '노동해방'을 부르짖던 시인에게서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이 온다는 감성을 찾기란 '강철'과 '새잎'만큼 멀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보자.

'희망찬 사람은 / 그 자신이 희망이다 //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는 자신을 시인이자 평화운동가로 명명한다.

그가 열고 있는 사진전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자연과 사람, 고된 노동과 삶이 함께 하고 있다. 그가 노동 해방을 이야기할 때도,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댈 때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을 보는 것이다. 저 잼잼 하는 아가 손 같은 새잎이 꽃을 피우고, 우람한 나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