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개항박물관 기획전시실 앞 배달부·우체통 세워
▲ 인천개항박물관 인근에 일제의 흔적이 묻어있는 우체통을 조형물로 복원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인천 중구청 인근 인천개항박물관 기획전시실 앞에 '우체통과 최초의 우편배달부' 동상이 세워져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제국주의 산물 추가설치 지적
안내판 '설명미흡' 문제제기도


인천개항박물관 인근에 일제 잔재의 흔적이 묻어있는 우체통을 조형물로 복원해 논란이다.

7일 중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천개항박물관 기획전시실 앞에 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우편배달부와 우체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세웠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우편 사업을 자발적으로 시작했는데도 일제 우체통을 복원해 역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형물인 우체통 상단과 하단에 표시된 ''은 일본 우정 표시를 그대로 새겼다.

안내판에도 '근대 사진자료에 남아있는 우체부와 우체통(1912년식) 모습에 기초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도입된 근대 통신 수단은 우편으로 최초의 시행지는 인천이었다.

1884년 3월 우정총국이 설립되고 같은 해 11월 인천분국이 세워지면서 업무가 개시됐다. 하지만 갑신정변의 발발로 20일만에 문을 닫았다.

갑오개혁으로 개점 휴업한지 10년만인 1895년 우편 사업이 재개됐고, 인천의 우편 사업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안내판에 적힌 설명도 일부 미흡하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푯말에 적힌 문구 중 '우리나라의 우편 제도는 1884년 11월18일 서울과 인천 간에 우편물이 교환되기 시작하면서 그 막이 올랐다'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우리나라의 근대 우편 제도'다. 조선시대 때 인편을 이용했지만 개항이 되고 외국인 등이 많이 유입되면서 근대 우편 제도가 도입되게 된 것이다. 불성실한 설명은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지역 인사는 "우체통을 만들려면 역사적 고증을 거쳐 우리 모습을 담았어야 했다"며 "중구청 앞에 들어선 인력거와 고양이 형상물도 제국주의 산물인데 없애기는커녕 늘려가는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산발적으로 조형물을 세우지 말고, 관광적, 역사적인 측면을 검토한 뒤 그에 걸맞은 위치를 선정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조형물설치위원회처럼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학예사를 통해 자문을 받았지만 역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자문을 구할 수 없었다"며 "일본의 색채를 씌우려고 한 의도는 아니고, 지역에 있던 역사적 사건들을 관광자원화해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