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참으로 놀라운 공감능력이다."

십 수 년 전 당시 막 활동을 시작한 한국공동모금회의 창립을 돕기 위해 내한했던 미국모금회 관계자는 연말캠페인에 참여하는 한국 국민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매년 연말이면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로 TV와 신문 그리고 거리와 가정, 학교, 일터에서 나눔 참여를 알리는 광고와 홍보, 각종 행사의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일시적인 현상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그들의 반응이 의아하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 기부와 나눔 실천을 많이 하는 미국에서 그것도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놀랍다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매년 미국의 기부현황을 정리해 공개하는 비영리단체 '기빙 유에스에이'(Giving USA)에 의하면 2014년 미국의 기부금 총액은 3580억달러(약 430조원)로, 이를 미국 인구로 나누면 1인당 134만8000원을 기부한 셈이 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전체 기부금의 72%를 넘고 있는 개인기부의 비중과 증가세다. 좀 더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면 미국공동모금회(UWW)의 연간 총모금액은 52억 달러(5조3300억원)로 미국인 1인당 1만6714원을 기부한 것이며 개인기부 비율은 85%나 된다.

또 미국의 경우 개인기부의 대부분은 '직장캠페인'으로부터 나오는데 직장인들은 '거의 의무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으며, 단순히 기부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직접 나눔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공동모금회는 20여년 전부터 단순히 돈과 물품을 모아 당장 어려운 이웃을 지원해왔던 소극적 지원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사회와 삶의 변화를 준비하고 이를 차근차근 시행해 나가고 있다. 백여 년이 넘는 미국모금회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더 이상 '단순하고 일회적인 지원'으로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지역사회의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지역사회 변화전략인 '커뮤니티 임팩트'(Community Impact)이며 이를 객관적, 과학적으로 측정해 제시하기 위한 '성과측정'(Outcome Measurement) 방법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일시적인 문제를 '땜질하듯' 미봉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총체적 접근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한 기관이나 단체 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협력과 역할분담을 통한 집단적 문제해결 방안인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로 발전하게 된다.

예를들어 청소년들의 비행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는 한 기관이나 단체가 사업비를 지원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면 이제는 이해당사자인 청소년과 함께 교육청, 학교, 청소년상담기관, 경찰, 시민 그리고 가정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자리와 소득의 문제까지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의 역할을 분담해 종합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경우 기부나 나눔은 이제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감성적 나눔'을 넘어 보다 구체적이고 항구적인 변화를 위한 '사회적 투자'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인천은 지난해 기업의 사회공헌 확대와 함께 개인고액기부자(아너소사이어티), 착한가게, 직장인 나눔을 비롯해 시민들의 다양한 나눔 참여로 연간 모금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은 물론 두 달간의 희망캠페인도 100도를 넘어서는 뜨거운 이웃사랑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제 그 뜨거운 이웃 사랑의 마음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목표와 성과를 더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손을 맞잡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나눔 문화를 경험하고 놀라움을 표시했던 미국 관계자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어려운 이웃과 아픔을 함께하는 이 풍부한 감성에 과학적인 방법이 더해진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나눔 문화의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