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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에 개통된 파리의 지하철 1호선은 샹젤리제대로를 통과하는 간선 지하철이다. 세계 최초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고무바퀴를 장착한 1호선은 10여년 전부터 관제소에서 운행을 제어하고 있어 기관사 없이 운행한다. 운행시간과 정차지점에 정확한 정차는 파리 지하철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파리 수도권의 지하철과 버스를 통합 운영하는 파리교통공사(RATP)는 세계 주요 도시와 기술협력에도 적극적이다.

▶개통된 지 한 세기가 넘는 파리 지하철 노선은 RATP가 꾸준히 차량을 개량하고 역 구내를 보수하여 승객들의 편의를 돌보고 있지만 픽포켓(소매치기)에는 속수무책이다. 간단한 정차역 안내방송 이외에는 차내 방송이 없는 파리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들을 조심하라"는 안내방송만은 프랑스어 이외에도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로까지 방송한다.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의 소매치기만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나 노트르담성당 또는 에펠탑같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에는 소매치기들이 특히 많은 곳이다. 서툰 솜씨의 어린 여성들로부터 베테랑급 픽포켓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법과 기량으로 현금이 든 지갑을 노린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인들이 현금을 많이 지니고 다닌다는 풍문 때문인지 동양인 관광객들은 이들 소매치기들이 선호하는 대상이 된다.

▶에펠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지난달 여름 소매치기들이 너무 많고 때로는 직원들까지 위협하는 분위기에서 근무하기가 힘들다며 24시간 동안 에펠탑을 폐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매치기들이 집단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은 탑 2층까지 올라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털고 직원들을 위협하지만 상주하는 경찰관들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필자가 파리에서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파리 경시청 간부들에게 소매치기 대책을 물은 적이 있었다. 경찰 간부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대부분이 미성년자를 앞세우고 있어 처벌하는데 한계가 있고 현행범을 잡는데도 애로가 있다는 대답이었다. 한마디로 미성년자들의 인권보호와 현장발견이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었다. 지난달 파리 시내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참상을 보면서 소매치기들의 인권까지 감안해야하는 프랑스 경찰과 픽포켓들의 등쌀에 일을 못 하겠다는 에펠탑 직원들이 연상되었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