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시설부족 이유 철거계획 … 38년 전통 야구부, 훈련장 이전소식 황당
▲ 38년 역사를 가진 인하대 야구부가 사용하던 야구장이 내년 부터 주차장으로 변할 예정이다. 15일 인하대학교 야구장이 비어있다. 내년부터 야구부원들은 송도LNG기지에 있는 야구장을 사용해야한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학내 구조조정 추진으로 비판 받고 있는 최순자 인하대학교 총장이 이번엔 야구부가 연습하는 교내 야구장을 없애 주차장으로 쓰겠다고 결정했다.

전국에서 야구부를 운영하면서 야구장을 갖추지 않은 대학은 한 군데도 없다. 최 총장의 독선행정 논란이 또 다시 불 붙을 전망이다.

인하대는 대운동장 옆에 위치한 야구장 공간에 주차장을 건설하기로 정책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학교측은 그동안 주차시설 부족 문제가 계속 불거졌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야구장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300대 이상 세울 수 있도록 설계해 내년 초 쯤 착공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안에 야구장은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인하대 야구장은 야구부가 창단된 1977년 1만2000㎡ 규모로 교내 설치됐다. 38년 전통을 자랑하는 인하대 야구부는 전적으로 이 야구장에 의존해 연습을 해 왔다.

현재 야구부 부원은 27명이며 2010년 허세환 감독이 부임한 뒤로 부쩍 성적이 좋아져 전국 대학 야구부 중 승률 1위에 올랐다.

올해 21승 6패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인하대 야구부는 앞으로 훈련하려면 송도신도시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까지 가야한다. 임대료만 1년에 1~2억원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야구부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야구부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을 별안간 폐쇄한다고 통보 받았기 때문이다. 야구부측은 당장 부원들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학과 수업과 연습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송도까지 왕래하기에는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야구부는 교내 야구장을 오전 9시10분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사용하며 중간에 수업이 있는 경우 교실에 다녀오는 식으로 훈련해왔다.

주차공간 부족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갑자기 무리한 시도를 하는 이유가 최근 최순자 총장이 추진하는 구조조정과 관련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비 지원사업 선정 조건인 학교 여건개선과 편의시설 확충 조건에 끼워 맞추려는 수단인 셈이다.

대학 관계자는 "연세대와 고려대 야구부에 뒤지지 않는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충분한 연습량과 체계적인 훈련 방식 덕분이었다"며 "하루아침에 야구장을 없애다니 학교가 야구부를 독려하고 지원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혜·황은우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