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풍요 기원 '마을 축제굿' 천년의 맥

안산 '잿머리성황제(사진)'가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됐다. 예능보유단체는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동민회(회장 홍한기)이다.

잿머리성황제는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산76 해봉산 정상에 있는 잿머리성황당에서 매년 음력 시월 초하루에 개최되는 줄타기, 풍물놀이 등을 겸한 무속행사다.

안산 토박이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잿머리성황제가 유일하다. 그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광종 때 당시 내의사 시랑이었던 서희장군이 서기 972년에 10여년간 외교가 중단됐던 송나라로 국교를 트기 위해 사신으로 갈 때 현재 당집이 있는 성곡동의 해봉산 아래에서 배를 타려고 하다가 바다에 폭풍우가 일어 하룻밤을 자게 됐다.

이때 신라 경순왕과 결혼했으나 첫 날밤에 소박을 맞고 죽은 홍씨부인과 함께 따라 죽은 친정어머니 안씨부인이 꿈에 나타나 자신들의 영혼을 위로해 줄 것을 청해 그 이튿날 당집을 짓고 꿈에 본 두 여인의 영정을 그려 모신 후에 위령제를 지내주자 바다가 잠잠해져 무사히 송나라로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이 잿머리성황제 발생 설화이다.

그 후로 중국을 드나드는 사신은 물론 안산고을의 백성들이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을 축제굿으로 승화시켜 치성을 드리기 시작한 것이 천년이 넘은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잿머리성황제가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예능보유단체의 성곡동동민회에서 서낭기 모시기와 서낭님가락 등을 칠 수 있는 전수생들을 양성하고 잿머리성황굿을 할 수 있는 차기 당주를 양성하게 된다.


/안산=안병선 기자 bsa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