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사망·폐기능 상실 등 피해자 전국돌며 항의 행동
지난 16일 부산 출발 … 9일째 부평역 도착·촛불 캠페인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윤정애(가운데)씨 가족이 지난 24일 인천 부평역 앞에서 열린 전국순회 항의행동 촛불 캠페인에 참가 하고있다. /사진제공=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윤정애

지난 2007년 A(38)씨와 그의 아내는 둘째 아이를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때였다. 그러던 중 A씨는 건조해진 날씨 탓에 아내를 위해 서구 가좌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했다.

살균제에 쓰여있던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써도 됩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안심하고 샀다. 악몽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같은 해 6월쯤 A씨의 아내는 기침을 심하게 하고 고열을 앓아 약을 먹었지만 증상은 계속 됐다. 피를 토하기도 했다. 단순 감기인줄 알았던 그의 아내는 결국 대형병원에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며칠 뒤 의사로부터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던 그의 아내와 아이 중 한 명을 선택하라는 말을 듣게 됐다.

A씨는 "폐 한 쪽만 염증으로 차있었는데 엑스레이를 찍을 때마다 염증이 전이가 됐다"며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아이를 꺼내고 아내를 치료하려고 했지만 산소호흡기를 한 지 일주일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윤정애(44·여)씨도 A씨의 아내처럼 임신 중이던 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임신 5개월째던 지난 2001년 12월 갑작스럽게 호흡곤란 증상을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가 둘째 아이를 강제 출산하게 됐다.

폐렴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7개월 동안 병실 생활을 했고, 당시 뚜렷한 원인을 알지 못했던터라 퇴원 후에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그 이후 수 차례 폐렴으로 병원 신세를 졌고, 2011년 12월 폐기종 수술을 하려다가 우연히 폐암인 것을 알게 됐다.

윤 씨는 "폐암 판정을 받고 왼쪽 폐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현재 37%의 기능 밖에 하지 못한다"라며 "20m정도만 걸어도 숨이 차오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 일을 하고 싶어도 피로가 금방 오기 때문에 할 수가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부산-서울 도보·자전거 항의행동 9일째를 맞은 24일 윤 씨 등은 부평역 앞에서 촛불 캠페인을 가졌다. 지난 16일 부산을 출발해 울산-청주-안산을 거쳐 서울 중앙지검까지 전국을 돌며 항의행동을 하고 있는 피해자들과 함께 한 자리였다.

A씨는 "아내를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믿고 샀는데 이로 인해 피해가 생겨 죄책감이 든다"며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회사가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하루 빨리 단 한마디의 사과라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