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없으면 학과 조정"...문과대학 인문학과 "기초학문 폐지 안돼" 반발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경쟁력 없고 직업세계 적응하지 못하는 학과를 조정하겠다"는 내용의 '인하대 대혁신'을 선언했다.
취지는 혁신이라고 했지만, 취업이나 돈 안 되는 문과대학 인문학과를 없앤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문과대학 교수들은 "인간이 빵으로만 살겠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최 총장은 지난 23일 저녁 인하대 교직원 등에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하대 구성원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전자메일을 보냈다.
메일에서 그는 "학령인구 40%가 감소해 앞으로 10년 안에 인하대가 경쟁력 없이 퇴보하느냐,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56개 학과(부)에서 각기 우리 사회를 지속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직업들과 연계된 실용학문과 순수학문을 가르치고 있지만 현실의 직업세계에 잘 적응하고 경쟁력 있게 만드는 학과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학과들도 있어, 적지 않은 인하대의 인재들이 사회수요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인하대 대혁신안을 내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최 총장이 메일을 통해 밝힌 인하대 대혁신 기본방향은 3가지다.
각 학과의 교과과정을 사회적 요구와 산업수요에 맞춰 개편하고 경쟁력 있는 학과의 정원은 유지하되 그 이외 학과의 정원은 사회의 요구와 산업수요가 있는 분야로 일부 조정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과는 소속을 다른 대학으로 이동하고 경쟁력 없는 학과의 정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이렇게 조정된 정원은 "사회 수요에 맞는 신설 융합학과로 배치하며 현재 예상하고 있는 신설 융합학과는 4~6개 정도"라고 밝혔다.
최 총장은 이번 글에서 '직업세계'와 '산업수요'라는 표현을 수 차례 썼다. 취업율을 기준으로 학과를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이미 최 총장은 총 9개 학과가 있는 문과대를 한국어문학과, 중국언어문학과, 사학과 3개로 축소하고 2017년부터 나머지 학과는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최 총장의 입장이 학문을 수학하고 사회를 성찰할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 본질을 무시한 채 경쟁이나 취업 성적으로 순수학문과 인문학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문과대학 교수회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여러학문의 토대가 되는 기초학문을 폐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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