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막혀 차량운행 정체·불편 양측 다툼·신고 '양보없는 대치'
▲ 6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 위치한 청구아파트에서 수십 년 같이 사용해온 도로를 차량 자동진출입차단기를 설치하자 성지아파트 쪽으로 나오는 입출입구를 성지 측에서 플래카드와 경비원을 동원해 가로막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청구 '진출입보안시스템' 설치
성지측 "공용도로 왜 통제하나" 
후문 경비 등 '바리케이트 대응'
 

한지붕 두가족처럼 한 단지내에서 수 십년간 오순도순 살아온 이웃주민들이 자동진출입차단기 설치로 앙숙관계로 변질됐다.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청구·성지아파트는 지난 분당신도시 건설할 당시인 1992년에 한 단지내에 청구건설과 성지건설이 두개의 아파트를 건설해 담장도 없이 가까운 이웃사촌 처럼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7월 710세대의 청구아파트가 이 단지를 관통하고 있는 300여 m 소방도로 가운데 청구 아파트가 위치한 도로위에 4억 원을 투입, 아파트 주민차량을 제외한 차량 진출입을 위해 정문과 후문방향에 '통합전자보안시스템'(자동진출입차단기)설비를 추진하면서 이웃사이에 갈등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청구아파트와 같은 도로를 사용해온 304세대 성지 주민들이 "같이 쓰던 도로를 왜 통제하느냐"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청구 측은 성지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관리비절감 및 불법주정차를 방지한다며 진출입을 통제하는 차량 자동진출입차단기 시공업체인 (주)J사와 계약을 맺고 30여명의 경비원을 줄이는 등 계획대로 착착 진행해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성지아파트 주민들은 항의의 표시로 차량진출입기 앞에 현수막을 걸어놓기만 했을뿐 큰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청구아파트는 차량진출입차단기 설치 3개월여 기간만인 지난 5일 차단기를 가동하면서 휴전 상태인 이들 이웃간의 전쟁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날 밤 11시쯤, 성지아파트 주민들이 가동에 들어간 차량진출입 차단기앞에 대거 몰려와 "협의도 없이 멋대로 가동시키느냐"며 청구아파트 주민들과 다툼을 벌였다.

분노한 성지 주민들은 청구아파트 방향 후문 성지아파트 사용도로 앞에 '차단기 설치로 교통대혼란'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3명의 경비인력을 배치하는 등 바리케이트를 치면서 이 도로는 이웃간 전쟁터로 바뀌었다.

6일 오전, 성지아파트 주민들이 청구아파트 앞 도로를 막자 이 지역 도로 통행이 전면 차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이날 오전 출근시간부터 입구까지 온 차량들이 후진하고 돌아가는 등 극심한 정체를 빚는 결과를 낳았다.

청구 주민 이 모씨는 "항상 다니던 길로 나가려고 했는데 막혀있어서 너무 황당할 따름"이라며 혼란스러워 했다.

반대로 청구 쪽으로 나가려는 김 모씨도 "싸움이 이렇게까지 번졌는지 몰랐다"며 "불편한건 매 한가지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이웃간 '도로 통행 전쟁'은 오후1시쯤엔 보다 못한 한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날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야탑지구대 소속 경찰은 "현장에 와보니 그저 당혹스럽다"며 "아파트 내 부지라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행위도 아니고, 시의 조사가 필요할 듯 싶다"고 말했다.

청구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성지 측에 '주민들이 동, 호수, 차량번호 등을 등록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성지 측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일체 거부해 일말의 협의점도 없는 상태다"며 "주민들이 이용을 할 수 있음에도 저런 행위를 하는 것은 억지이며 그렇게 나온다면 알아서 해결하던지 하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성지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왜 우리 주민이 다른 아파트에 관리를 받아야 되냐"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