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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두 단어를 동의어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그게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문화'의 이름으로 줄곧 양산해 온 것은 문제였다.

▶질적 수준의 고하와 상관없이 그 같은 '예술적 문화행사'가 성행하는 사이에 사실상 '문화'는 거의 실종 상태에 있었다. '예술'이 '문화'를 대행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지역 예술이 국내 경쟁력을 갖는 수준에 도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우리 것, 우리 문화를 되찾자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인천의 재발견'은 광복 이후, 줄곧 먼지를 날리며 집 짓고, 길 닦고, 다리 놓기에 정신없던 지역사회에 비로소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한 운동이다.

▶그 서막은 아무래도 '문학산 개방'을 꼽아야 할 것 같다. 그간 인천사의 발원지인 문학산은 금단의 지역이었다. 누구 하나 그를 되찾겠다는 생각을 못했거나 안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땅의 소유자는 인천시였다.

▶내 것이 내 것인지도 몰랐고, 그를 통해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못했던 지난날이었다. 오는 10월 갖게 될 개방 행사는 그래서 더 뜻 깊은 정체성 확인의 날이 되리라 믿는다. 두 번째는 '세계문자박물관'의 유치 성공이었다.

▶한글 점자의 창안자인 박두성 선생과 '한글 1.0'의 발명자 이찬진 사장이 바로 20ㆍ 21세기에 훈민정음의 창의적 정신을 계승한 '인천인'이라는 점은 인천 사람들에게 큰 자긍심을 갖게 해 준 것으로 유치 성공의 또다른 내면적 의의라 생각한다.

▶그와 함께 세계 무대로 당당히 나간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발',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2015년 세계문화축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 '문화가 있는 날'의 운영 등도 '문화 인천'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문화'는 소수 예술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지역적 성찰이 있어야겠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