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청소년 "수백만원짜리 강매…취지 변질" 규정 변경 반발
시 "대회 질적 상승 목적…기존방식 종목 추가 예정"

수원시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수원정보과학축제가 예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고가의 로봇을 보유한 청소년만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해 이번 대회를 준비해 온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1일 시에 따르면, 2004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정보과학축제는 올해 12회째로 시와 교육청이 청소년들의 건전한 정보문화 확산 및 미래 과학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오는 10월16일 개최된다.

축제의 일환인 'STEAM CUP'은 그동안 '로봇에 관심 있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10만~20만원 상당의 '로봇 교육키트'로 만든 로봇으로 축구, 밀어내기 등 8개 종목 14개 부문으로 대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는 ㈜L사의 300만~400만원을 호가하는 로봇을 보유한 사람들만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학부모들은 상상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목적인 과학축제에서 고가의 로봇을 구입해 조종만 하도록 한 것은 대회의 기본 취지가 변질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학부모 A씨는 "아이가 이 회에 참가하기 위해 1년을 준비했는데, 허무하게도 그동안의 노력이 쓸모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 A씨는 이어 "아이들이 대회에 참가해 창의력을 겨루는 대회가 되어야지 수백만원짜리 로봇을 구입하도록 강제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학생들은 학교에서 시행하는 방과 후 로봇교실에서 '드림수업'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있지만, 고가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대회에 참가할 수도 없는데다, 구입한 후에도 사설학원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사교육이 활개치고 있는 교육환경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때, 시까지 나서서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학부모 B씨는 "행사를 진행하는 목적은 가족, 친구와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면서 과학적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것"이라며 "행사의 취지에 맞게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학생들은 전국 35여곳 초등방과후 교육, 로봇전문센터에서 교육을 받아 대회 출전을 준비했지만, 특정 로봇을 구입하지 못해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항의가 잇따르자, 시는 뒤늦게 예년과 같은 로봇 교육키트로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로봇대회를 질적으로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구성을 변경했는데, 많은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어 기존방식의 대회종목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로봇 수업과 관련해서는 "특정 로봇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지만, 방식은 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육 내용을 토대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는 이르면 2일부터 기존 로봇키트로 진행하는 종목의 추가 접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