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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 근무하면서 해외특파원을 여러 차례 역임하고 국제부에서 해외취재로 자주 외국여행을 했던 필자는 80년대 중반 미국과 한국의 항공사 마일리지카드를 발급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해외여행 때 누적된 마일리지로 무료항공권을 받아 이용할 때에는 공짜 여행이라는 기분도 좋았지만 자주 이용하는 자사의 승객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보너스를 주는 회사들의 자상한 영업방침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마일리지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항공사는 미국의 아메리칸항공(AA)이었다. 1981년 AA는 당시 대형 컴퓨터의 선두회사였던 IBM과 손잡고 수많은 승객들의 예약과 발권 현황을 슈퍼컴퓨터에 저장하고 단골 승객들의 마일리지를 관리하면서 누적된 마일리지에 따라 무료항공권을 발급하고 좌석승급을 하기 시작했다. AA의 마일리지제도가 승객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당시 AA의 경쟁회사였던 유나이티드 항공회사도 마일리지 제도를 즉각 도입했다.

▶대한항공도 미국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제도를 본받아 시스템 개발을 서둘러 끝내고 1984년부터 FTBS라는 명칭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시작했고 아시아나도 창사 직후 같은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자사의 마일리지를 카드회사들이 판촉에 이용할 수 있도록 대량 판매하여 마일리지가 축적되기 시작하자 많은 부담을 느낀듯했다. 당시 대한항공의 고위 간부들은 필자에게 마일리지 소멸에 대한 묘안을 자주 물었던 기억이 난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마일리지가 2조 원어치나 풀려있으며 3년 후부터는 연차적으로 소멸되게 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대책 없이 손해를 보게 되어있다고 한다. 항공사들의 마일리지를 필요할 때 이용하고 싶어도 무료항공권 발급이나 좌석 승급을 지나치게 제한해 놓았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항공사들이 5% 정도의 좌석만을 마일리지 교환용으로 운용하면서 계속 마일리지를 풀어놓는 것은 은행권을 발행해놓고 화폐로서의 기능을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뒤늦게 KBS에서 이 같은 항공사들의 불공정 행위를 지적하는 깊이 있는 보도를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처였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항공사 마일리지 운용의 부조리를 시정했으면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