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인천기후 환경네트워크 사무국장

오늘도 인천에서는 환경현안들에 대해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 내륙 유일의 녹지축인 한남정맥을 크게 훼손하는 탓에 지난 2012년 2025인천도시기본계획에서 삭제됐던 검단장수간도로가 '필요에 의해' 다시 부활했다.

시민 모두를 위한 도로라기보다 인천시 재정위기 무마용 부동산 개발을 위해 눈가림이란 손가락질에도 정책당국은 요지부동이다. 천연기념물 205호이자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서식지 서구 거첨도 인근에 선박수리 조선단지를 세운다는 소식이 들린다.

선갑도에서는 건설에 필요한 양질의 골재를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채석단지 개발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인천 앞바다 갯벌매립 시도, 해묵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연장 논란까지.

개발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도시발전과 시민편의라는 명찰을 달거나 '법과 절차에 따라'라는 옷을 입고 당당히 반대와 우려를 짓누른다. 더불어 현실적 필요성이라든가 숫자로 표현된 경제적 이익을 들이대기도 한다. 현 시정부의 군색한 환경정책과 개발논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잘 보존된 '환경'은 저렴한 가격으로 계산되지 않거니와 누구에게나 공평한 혜택을 베푸는 동시에 상호작용에 의한 무한한 사용가치를 갖는다. 도시인에게 편안함을 주며 후대까지 이어지는 지속가능발전을 극대화한다.

뜻 있는 지역인사들은 인천이 장기적으로 발전해서 시민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해양자원을 잘 보존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고유 역사문화를 새롭게 꽃피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하는 터다. 그러니 개발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그들이 눈앞 이익을 좇는 '먹튀'의 당사자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결단과 선택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4대강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유례없는 가뭄과 고온현상 속에 목 타는 대지를 외면한 채 보로 막힌 물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극심해지는 녹조, 큰빗이끼벌레의 폭증, 죽어가는 물고기들을 보며 무엇으로 생태계 보호와 자연재해의 극복이며 경제발전을 떠올려야 할지 난망한 상황이었다.

오히려 천문학적 예산의 낭비이자 특정집단의 이익만 보장해 주고 미래세대에 피해복구 부담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사안이다. 차츰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고 있는 댐 해체를 살펴보자.

인간의 일상생활과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한다는 목적 아래 지난 20세기 동안 세계 곳곳에 80만개의 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뒤따르는 다양한 문제와 반대, 갈등을 무릅쓰고 건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여전히 댐의 가치는 확고부동한가?

한 자료를 참고해보면 세계 경제가 급성장하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 전력수요와 함께 댐 전성기는 1980년대까지 지속된다. 하지만 최근 수 십년 사이 댐 건설 추세가 꺾이면서 오히려 해체되는 사례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노후 댐들을 중심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500여개에 달하는 댐을 해체했으며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도 댐을 해체하고 강과 생태계를 복원시키려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큐슈 구마가와강 아라세댐 해체도 그 본보기로 회자된다. 전문가들은 댐 건설이 타당한 지역은 거의 다 개발되었으며 댐 건설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인류의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기술이 보완됨으로써 정책적 오류가 정정되거나 예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국가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어떠한가? 우리가 수없이 외쳤던 경제발전 그리고 건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복지의 향상일 것이다. 그러려면 경제적으로 유익하고 사회적으로는 공평하며 환경적으로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당연히 그 혜택은 현세대에서 미래세대로 이어져야 한다.

특정 시대에, 특정 지역, 특정 계층에 유익한 경제발전이나 개발은 포장만 그럴싸한 '사기극'일 수 있다. 그럼에도 발전을 호도하는 개발을 여전히 선택한다. 인천을 세계적 녹색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라 적어 놓고 도시개발과 건설이라 읽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인천의 정책입안자들과 위정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은 인류의 지식과 경험이 없는 것일까? 개발업자, 정치인, 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공무원의 답이 궁금하다.

지난 6월 가톨릭교회 프란치스코 교종은 일명 '환경회칙'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 시간 인류를 지배한 주류 패러다임 때문에 인류가 고통을 받았고 환경과 생태계 붕괴를 가져왔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대안으로의 전환을 위해 교회부터 개별적 실천을 넘어 지배적 구조와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하라고 촉구한다. 이 메시지가 교회 관계자에게만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 인천의 오늘을 사랑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책임 있는 이라면 뒤얽힌 환경현안들 앞에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해법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지영일 인천기후 환경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