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물류협회장

"아니! 땅 값이 왜 다르죠?" 나는 황당해서 안내하던 부동산업자에게 따졌다. 그냥 하나로 보이는 물류부지인데 북쪽의 반이 더 비쌌기 때문이다. 북쪽은 행정구역상 김포, 남쪽은 인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9년 전 이야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 있는 현상이다. 남북관계의 불안과 회계 불투명성,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렇듯, '인천 디스카운트'는 인천의 가치가 실제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원인으로 회색 공업도시의 이미지, 척박한 구도심 환경 등 주로 과거 인천의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 있는 것 같다.

인천 브랜드를 드높이고자 한 것이 아시안게임이었다. 내가 인천에 산다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있기를 응원했다. 서울올림픽 같은 경우, 한강의 기적과 코리아나 그룹의 '손에 손잡고'가 우리의 산업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각인시키며 서울 브랜드를 고양했다. 1조가 넘는 비용의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과연 도시 브랜드와 자존심을 그 가치만큼 높였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 예는 얼마든지 있다. 빌바오. 스페인의 한 도시다. 세계적 철광산지였다. 철광산업과 함께 쇠락했다. 그런데, 지금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뉴욕 구겐하임보다 더 유명하다. 만드는데 1600억이 들었다.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37만명의 인구에 130만명이 연간 보러 온다.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장
파리의 에펠탑은 어떤가? 1만5000개의 금속조각과 250만개의 나사로 만들었다. 20년이 되는 시점에 철거되기로 한 흉물 취급을 받았으나 송수신탑의 기능을 인정받아 살아남았다. 그 에펠탑을 보러 지금 300만 명이 그 주변을 들른다. 랜드마크를 통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 예다.

우린 기존 자원도 활용할 수 있다. 21㎞ 넘게 뻗은 인천대교도 랜드마크다. 일본의 작은 어촌 도시 우시부카 시는 '하이야 대교' 하나로 매년 60만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불과 883m의 대교 바로 아래에 어부생활 등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대교도 홍보를 더 하고 이야기를 입혀야 한다. 야간에 로드 무비를 찍자거나, 국제 카레이싱을 하자는 제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무산되었다. 행정적인 이유로 물리치지 말고 과감히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했어야 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예를 보자. 우리 안의 펭귄을 우리 밖으로 산책하게 하는 이벤트를 통해 연간 방문객을 30만에서 300만으로 늘렸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중구 송월동의 동화마을 사례다. 쇄락한 구도심에 동화라는 그림을 입혀, 전국에서 많은 가족이 찾는 명소로 바뀌었다. 연간 50만명이 방문한다. 모두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결과다. 지역을 연상케 하는 랜드마크가 시작한 이른바 경제적 나비효과다.

'인천 디스카운트'는 자초한 측면도 있다. 스스로 '인천 이름 지우기'에 몰두 했다. 1969년에 개업한 인천은행을 단 3년 만에 경기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은행은 한미은행에 인수되고, 씨티은행에 합병되었다. 내가 졸업한 인천교대부속국민학교는 경인교대부속초등학교로 바뀌었으며, TV인천방송도 경인방송, 결국 OBS로 바꿨다. 이 밖의 예도 허다하다.

혹자는 인천을 서울이나 경기도와 묶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다. 기업의 수나 매출 등 경제적 능력, 학생 수나 수준 등 인적 인프라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인천은 인구 300만으로 부산이 위협을 느끼는 고성장 도시다. 면적은 서울보다 크다. 송도, 청라, 영종에서 경제자유구역청의 각종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세계 1등 공항과 수도권 핵심 항만이 있다. 꿀리지 않는 액면가다.

'뉴욕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냥 뉴욕이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뉴욕에 매장을 두는 것 자체로 그 개체나 상품의 가치가 뛰는 것이다. "OOO 런던 뉴욕", "OONY"라는 의류회사도 있다.

'인천 프리미엄'은 언제부터 만들 수 있을까? 인천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것이 선결과제임은 물론이다. 사는 사람들의 명칭이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 쯤 되는 시점이 바로 그 도시가 드날리는 시점이다. 뉴욕에는 뉴요커가 살고, 파리에는 파리지앙이 산다. 런던에는 런더너가 산다. 인처너(Incheoner)의 탄생을 위해서는 브랜드 세우기도 미룰 수 없는 숙제다. 밋밋한 도시에 랜드마크를 세우고 컬러를 입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