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오늘의 한국은 청년들에게 대단히 가혹한 나라다. 단적으로 15~29세 청년 고용률(23.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최하위권인 반면, 장년층인 55~64세 고용률(63.2%)은 상위 7위로 OECD 평균(55.1%)보다 오히려 8%포인트 이상 높다.

기성세대에게 후하고 청년들에게 박한 구조는 한국 청년 세대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들로 가득한 '실신세대'로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새책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지 반세기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자랑스러운 역사는 어쩌다가 청년들의 목을 조이는 사회, 연이은 보수 정부로 귀결되었을까?

저자는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고 해방 이후의 역사를 필요에 따라 순서를 변경하거나 재조합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극적인 반전과 역설의 의미를 풀어간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영국 사학자 E.H. 카의 정언을 적용한다면, 이 책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지나온 과거와 나누는 '호기심 가득한 대화'이다.

이 책은 열한 가지 질문으로 오늘의 현실을 파헤친다. 이 책은 오늘의 곤혹스러운 현실을 낳은 근원인 1990년대와 외환위기 전후의 상황부터 조망하기 시작해(1부. 좌절의 시대) 이를 돌파할 지혜를 얻기 위해 분단과 산업화 민주화의 경험과 교훈을 돌아본 뒤(2부. 절망에서 희망으로) 21세기에 들어와서 펼쳐진 역사(3부. 다시 희망으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새로운 희망의 싹을 찾아 나선다.

청년세대의 고통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외환 위기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진보개혁 세력은 왜 추락했나 등등 이 책은 우리 사회의 큰 쟁점과 이슈를 형성한 근원적 문제를 하나씩 짚어나간다.

책은 과거와 현재, 역사서와 사회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술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이를테면 고종21년(1884년), 개화당이 일으킨 갑신정변은 오늘의 청년 현실과 대비된다. 예비 내각을 짜고 무장 병력까지 동원하여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꾸려 했던 이 거사를 이끈 김옥균은 당시 나이 33세였고, 박영효가 23세, 서재필은 불과 20세로 요즘으로 치면 잘해야 기업체 대리·과장급 또는 인턴사원·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할 나이임을 상기시킨다.

저자 박세길의 전작 <다시쓰는 한국현대사 1.2.3> 은 수십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였다.

박세길 지음, 원더박스, 320쪽, 1만5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