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흥륜사 인근 토양훼손·사찰 물품 절취 혐의 50대 검거
성당 주차 차량 훼손 등 종교 불만 범행동기 추정
인천 연수구 청량산 흥륜사 인근에 폐건전지 3.2t을 불법 매립한(인천일보 5월6일 19면) 50대 남성을 경찰이 찾아냈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년 간 흥륜사 미륵불 뒷편 야산 소나무 군락지 토양을 훼손하고 양초와 신발같은 사찰 물품을 절취한 혐의로 A(54)씨를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연수구 옥련동 일대 아파트 단지 내 설치 된 폐건전지 수거함에서 건전지를 몰래 담아와 청량산 흥륜사 일대 땅을 약 10㎝ 깊이로 파내고 이를 묻었다. 매립 후에는 낙엽으로 땅을 덮어 뒀다.

경찰은 A씨가 이 밖에도 흥륜사 정토원 출입문과 에어컨 콘트롤 박스에 강력 본드를 뿌려 사용하지 못하게 망가뜨렸고 공양방, 창고, 대웅전의 전기판넬 온도조절장치를 떼어가는 등의 추가 범행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 성당에 주차돼 있던 성직자의 차량을 공업용 칼로 긁거나 정원수를 톱으로 자르는 등의 재물손괴도 A씨의 소행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범행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담배꽁초 등에 남아있는 유전자(DNA)가 A씨와 일치하고 흐릿하게나마 범행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을 A씨의 부인이 A씨로 인정한 점들의 단서로 혐의를 입증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A씨의 주변인들이 "'일반인들보다 종교인들이 더 사악하다. 우리 가족은 절대 종교를 가지면 안된다'고 A씨가 말하고 다녔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그가 평소 종교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A씨가 과거에 종교인들로부터 일한 대금을 받지 못한 사실을 미루어 범행동기로 짐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성당 재물손괴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상태"라며 "추가 범행이 더 있는 지 확인한 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