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은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이날 인천과 경기도는 물론, 전국 2만여 사찰에서 일제히 봉축 법요식이 봉행됐다. 전국의 각 사찰에선 중생을 깨우치기 위해 북과 종을 울리는 명고(鳴鼓)와 명종(鳴鐘) 의식으로 시작해 헌촉과 헌향, 봉축사, 대독, 법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교계에 축하메시지를 통해 "사랑도, 지혜도, 행복도 모두 내 안에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우리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며 "부처님께서 주신 자비와 평화, 겸손과 화해의 가르침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밝은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원력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불교계는 남북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남북공동발원문에서 "남과 북 사이에 불신과 대결의 골은 깊어만 가고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를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실천이 곧 부처님이 가르친 '자타불이'이고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화합하는 길이며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불교발원문에서처럼 우리 사회의 큰 화두는 민족화합과 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분단된 지 70년이 다 되도록 남북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이는 서로 간에 대화를 통해 양보를 하겠다는 의지보다 단절을 통한 불신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 역시 보상이나 이익이 없으면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남북은 같은 땅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반만년을 살아온 가족이다. 가족에게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가족관계를 끝내려는 사람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북은 서로간에 조금씩 손해를 보는 것 같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마땅하다. 지금의 분단상태를 후세에게 그대로 물려준다면 남북간의 긴장은 더 고조될 것이고, 설상가상의 복잡한 국제정세는 남북 모두에게 불이익을 안겨줄 것이다. 어떤 싸움이건 싸우는 당사자들은 둘 다 손해를 본다는 것은 진리이다. 남북당국자가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잘 곱씹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