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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타큐슈 시의 박물관은 자연사관와 역사관 두 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자연사관에는 수천 종의 동식물 표본과 화석 등을 전시해 지구의 탄생과 그 생명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를 관람하면서 부러움과 함께 인천 2세들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생각했다. ▶광복 이후 역대 시정부는 대개 도시의 몸집을 불리는 데 열을 올렸고, 그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좋은 세월을 놓쳐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필자가 고희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에도 지역사회는 늘 건설, 건설뿐이었다. 어느 원로의 말씀 그대로 평생 먼지만 먹고 살아온 셈이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은 실종 상태였다. 문화예술을 빙자한 정치는 있었지만, 우리 애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상상력, 감수성, 과학 지식을 지니게 할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하나를 마련치 못했던 것은 우리 사회가 내내 바른 철학을 지니지 못한 때문이라고 진단할밖에 없다. ▶즉각적 수익이나 실용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관(館)'들은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그 같은 가치관에 따라 "이익을 남기기 위해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려는 시도"(누치오 오르디네 지음ㆍ'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가 실제로 자행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인천시가 옛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한다니까, 집주인들이 그를 때려 부순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철도의 시발지인 '인천역'의 1960년대 건물을 철거하는 민자역 건축 계획이 발표돼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 중이다. ▶코레일 측은 옛 건물을 '쓸모없다'고 본 모양이다. 하지만 실용적ㆍ상업적 속박에서 자유로운 문화예술인들은 이윤을 생산하지 않는 역사(驛舍)라고 해서 쓸모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양자의 마찰 해소 방법은 무엇일까? 기타규슈 시 역사관이 단서의 일단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관은 1950년대 야하타(八幡) 제철소의 원형 사택을 박물관에 옮겨 전시 중이다. 그처럼 현재의 '인천역' 건물을 살려 안아 새 역사를 지으면 어떨까? 지역 정서와 승객 편의를 무시해 온 코레일은 반성해야 한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통한 재생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