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학 박사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가 배경으로 등장하면 더 몰입을 하면서 보게 된다. 또한 우리가 아는 사람이 TV 화면에 등장하면 내용에 상관없이 그 콘텐츠를 즐기게 된다. 이는 외국영화보다 한국영화를 더 즐기는 수용자들에게도 나타나는 심리로 영화나 TV 매체를 아무 비판 없이 오락적 요소로 즐기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에서 발현된다. 한국영화의 경우, 자막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눈과 귀를 등장인물들의 동선에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외국영화의 경우는 가끔씩 시각과 청각이 분리되면서 영화 내 중요한 흐름을 놓칠 때가 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외국영화보다 한국영화를 더 선호하는 수용집단이 있다. 다시 말해, 편안함과 익숙함이 영화나 TV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다르게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얼마 전,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젼스2>(2015)의 국내 개봉일자가 2015년 4월 23일로 확정이 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판타지나 영웅물의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의 개봉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가 서울의 상암동대로, 마포대교, 강남 등 몇 몇 친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어떤 식으로 영상에 담겨 나왔는지가 궁금하다. 판타지나 SF계통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나 필자와 같이 이 영화에 대한 단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 영화 관객들이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마도 '친숙함' 이라는 단어에 천착하기 때문 일 것이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로 등장하는 크리스 에반스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4)에서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은 뤽배송 감독의 영화<루시>(2014)에서 최민식과 함께 호흡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친숙한 이유들로 한국관객들은 <어벤젼스2>의 영웅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 한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한국인으로 묘사되어 등장하는 외국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1997년에 개봉된 영화 <폴링다운>이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훌륭하다. 하지만 영화 내 한국인 비하 대사들이 있어서 이 영화는 몇 몇 한국인들에게 비 호감으로 남아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영화 <아웃 브레이크>(1995)에서 감독은 큰 재앙을 부르는 바이러스의 원인을 원숭이로 설정하였고 공교롭게도 이 원숭이를 싣고 가는 배를 태극호로 등장시켰다. 또한 그 배의 한국인 선원들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됐다.

최근에 나온 영화 <피치퍼펙트>(2012)에서는 주인공의 룸메이트로 사회성이 없는 한국인이 등장한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 TV 드라마에서도 한국인의 모습은 그들의 눈에 비친 고정적인 단면만 보여 준다. 배우 김윤진이 등장한 드라마 <로스트>에서 김윤진의 남편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영어를 못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나온다. 다른 TV 드라마에서도 한국인들은 슈퍼마켓이나 세탁소에서 돈을 쫓는 인물로 종종 묘사된다. 이렇게 한국과 한국인들이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극의 전개에 필연적인 부분이라 할지라도 이를 접하는 우리들에게는 마냥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로 받아들이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이러한 문화 속 왜곡된 국가와 국민의 이미지는 한국과 한국인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선진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에서도 나타난다. 그 나라에 대한 정보가 없는 수용자들에게 미디어 속에 비춰지는 그 나라와 그 나라 국민들의 이미지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 온다. 현재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미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낯설게 느꼈던 문화가 경제적 논리에 입각한 미디어의 잦은 노출로 인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미국인의 믿음, 가치, 지식, 행동규칙 및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데 이는 일종의 문화제국주의의 산물인 것이다. 이는 서구, 특히 미국자본주의사회의 가치와 태도를 반영한 세계문화의 동질화를 유도한다. 문화제국주의 산물로서의 세계화는 글로벌미디어시장에서 특정 국가들이 우위에 있어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는 문화적 요인이라고 하기보다는 경제적 요인의 작용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러한 시선에서 한국이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TV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을 수출하고 있는 '한류현상'도 한국문화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문화적 패권주의적 시각에서 해석되며 아류제국주의로 확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인 논리에 의한 문화 수출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