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핑 파문에 휩싸였던 한국 수영의 간판스타 박태환이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난 박태환에게 23일 '선수 자격 18개월 정지'의 징계를 내리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그가 획득한 메달을 박탈했다. FINA는 "박태환의 징계는 그의 소변샘플을 채취한 지난해 9월 3일 시작해 2016년 3월 2일 끝난다"고 설명했다.

애초 세계도핑방지규약은 선수가 알았던 몰랐던 간에 도핑은 대부분 선수의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박태환은 규정상 최소한 2년의 자격정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이보다 6개월이나 짧은 자격정지 18개월에 그쳐 일단 내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벌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 국내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다. 체육회가 이 규정을 고치지 않는 한 박태환은 여전히 내년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국내 여론은 벌써 둘러 갈라져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쪽은 이 국내 규정이 '이중징계'에 해당한다며 폐지를 요구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무효 소지가 있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법인 바른 국제중재·소송팀의 윤원식, 톰 피난스키 변호사와 미국 스포츠 전문로펌 글로벌 스포츠 애드버킷의 폴 그린 변호사는 24일 공동으로 작성한 서면에서 "체육회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 일부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에 나온 스포츠 중재재판소(CAS)의 판례가 근거다. 당시 CAS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선수는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IOC는 해당 규정을 폐지하고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국제경기연맹 등에 이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체육회는 진퇴양난이다. 규정을 적용하기도, 그렇다고 지난해 7월에 만든 규정을 특정 선수를 위해 고치거나 폐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체육회는 부디 비슷한 사례를 찾아 비교 분석한 뒤 슬기로운 해법을 내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