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우리어머니 글과 사진전>
2013년 시작 … 전국 30곳 37만여명 발걸음
회한·미안함·그리움 뒤범벅 '관람객 울컥'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보며 산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에 안타까워하고, 즐거웠던 순간보다 고생했던 세월들에 서러워한다. 먹고 사는 동안 가슴 한편이 늘 헛헛한 까닭이다. 우리는 날마다 무언가를 잃어버리며 사는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이 젊음이든, 재물이든, 명예든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에 애태우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 말한다. 일평생 내 편이 되어줄 한 사람이 있다고.

"어릴 때 매미를 잡으려다 다리를 뱀에 물렸습니다. 엄마는 입으로 독을 빼내시고는 가위로 당신의 긴 머리를 싹뚝 잘라 독이 퍼지지 않도록 제 다리를 동이셨습니다. 10년 전, 산골에만 사셨던 엄마가 꽃게를 드시고 싶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두어 차례 잡수시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진작 알았다면 엄마에게 꽃게를 자주 사드렸을 텐데…."

아내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이재균씨가 목이 메어 말끝을 흐렸다. 직원들 앞에서는 회사의 어엿한 CEO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못해드린 것만 생각나는 철없는 자녀로 돌아갔다.

누구든 체면도, 겉치레도 잠시 내려놓고 어머니의 삶과 사랑을 마주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시는 지난 2013년 6월, 서울 강남 지역을 시작으로 대전·인천·부산·대구·광주·울산 등 6대 광역시와 서울 동대문, 수원, 전주, 창원, 안산, 서울 관악, 춘천, 구미, 남양주, 서울 마포, 청주, 고양, 천안, 서울 강서, 순천, 평택, 부천, 성남, 포항, 인천 부평을 거쳐 현재는 서울 영등포, 서울 월계, 군산, 대전 대덕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국 30개 지역에서 각계각층 인사를 비롯, 학생, 주부, 직장인, 외국인 등 37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은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은 전시가 개최되는 곳마다 연일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내 이야기' 같은 전시 작품에 울컥
전시관 안에 들어서면 다양한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작품을 응시하는 사람, 콧잔등을 누르며 애써 눈물을 참는 사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복받쳐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사람 등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미안함, 그리움 등이 뒤범벅된 모습들이다.

내방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힘은 전시 작품에 있다. 전시관에는 문병란·박효석·김초혜·허형만·김용택·도종환·아동문학가 김옥림 등 유명 기성문인들의 글과 일반 문학동호인들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기성 작가들의 글이 완성도 높게 빚어진 도자기라면, 일반 작가들의 글들은 투박하지만 은근한 온기를 내뿜는 뚝배기다. 기성 작가들의 정제되고 응축된 글도 감동적이지만, 어머니와의 실제 경험담을 여과 없이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들 앞에서도 마치 '내 이야기' 같아 관람객들은 쉬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전시 동선에 종종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외에 독자들이 고이 간직해온 어머니의 손때 묻은 소품들도 전시돼있는데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품고 있어 자잘한 글씨들도 일일이 들여다 보게 된다.

글·사진·소품 등 지난날, 어머니와의 기억을 더듬어보게 만드는 작품들이 빼곡한 전시관은 '희생·사랑·연민·회한… 아, 어머니!'라는 부제 아래 A존 '엄마', B존 '그녀', C존 '다시, 엄마', D존 '그래도 괜찮다', E존 '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라는 소주제로 총 5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된다. 각 테마관에는 시·수필·칼럼 등의 글과 사진, 추억의 소품 등 다양한 작품이 입체적으로 조화를 이뤄, 관람객들은 옛 추억을 반추하며 어머니의 끝없는 내리사랑을 가슴 가득 느끼게 된다.

#유년시절, 아련한 추억 속으로
전시관에서 처음 만나는 곳, A존의 테마는 '엄마'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따뜻한 추억들이 떠오르는 이 테마관 초입에는 옛 사진들이 아기자기하게 걸려 있다. 포대기에 업혀 세상 모르고 자는 아기, 빨간 고무 대야에서 목욕하는 어린 남매 등 추억의 사진들이 유년 시절, 행복한 기억의 조각들을 꺼내보게 한다. '여자'보다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B존의 테마는 '그녀'다. 곱디 곱던 여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하고 어머니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을 담아낸 이 테마관에는 '뿌리'(시), '아들 군대 보내는 날'(사진), '당신의 젊음을 꿰어'(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C존으로 들어가면 다시 '엄마'를 만난다. 철없던 시절, 어머니에게 날카로운 말들로 생채기를 입혔던 지난날은 지울 수 없는 후회로 남는다. 이제라도 어머니에게 진 빚을 갚고 싶은 자녀들의 회한이 C존 작품마다 스며 있다. 전시 작품으로는 시인 김초혜의 '어머니1'(시), '바닥밥상'(수필), 'Dear 그리운 엄마!'(편지글),'어머니의 노을'(사진) 등과 어머니의 애잔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한때는 어머니에게 '나를 왜 낳았느냐'고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식 낳고 세월이 흘러서야 제가 어머니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라도 잘못을 빌고 싶습니다." 지난해 12월4일, 성남 지역 전시관을 찾은 여주 시각장애인협회 회원들이 밝힌 소회다.

관람은 회원들과 함께 온 봉사자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일대일로 전시 작품을 읽어주거나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슴 짠한 사연을 읽을 때면 봉사자들이 먼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감동을 받기는 회원들도 마찬가지. 사진 작품과 소품까지 세세히 묘사해주는 봉사자들의 설명에 회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김진식 여주 시각장애인협회장은 "저를 비롯한 시각장애인들은 살아오면서 누구보다 어머니의 손길과 사랑을 더 많이 받은 사람들"이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나와 회원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속에 더 선명하게 새겨 넣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끝없는 용서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D존 테마관에서는 어머니의 무한하고 깊은 사랑의 품을 느낄 수 있다. 철없던 지난날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자녀들에게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그래도 괜찮다"고.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동구'(시), 허형만의 '어머니 찾아가는 길'(시)을 비롯해 '큰 별, 작은 별 그리고 아기 별'(수필), '당신이 웃으시는 이유는'(사진) 등이 전시관을 장식한다.

"저도 휴대폰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에 퉁명스럽게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후회되고 어머니께 미안합니다." 내과 의사 권장훈씨(43)는 어머니께 항상 감사해하면서도 표현은 못했던 것 같다며 지금 어머니와 멀리 떨어져 있어 더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밥 먹고 나가거라",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거라", "일찍 들어 오너라." 예전에는 잔소리라 여기며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어머니의 말들이 군대에 가서야 따스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느꼈다는 장병들의 소감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3월12일, 춘천 노도부대 장병 40여명도 전시회를 관람하며 "휴가 나가면 늘 친구들 만나느라 정신 없었는데 다음 휴가 때는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E존의 테마는 '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다. 인류의 고전, 성경에도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의 명판결 이야기에는 아기를 다른 여인에게 주는 한이 있더라도 자녀의 생명만큼은 살리고 싶어 하는 지고지순한 모정이 담겨 있다. 이 테마관에서 특이한 점은 히브리어 원어 성경이 비치돼 있다는 것이다. 히브리어 구약 원어 성경에는 '엘로힘'이라는 단어가 2000번 넘게 등장하는데 이는 '하나님들'이라는 뜻이다. 왜 '하나님들'이라는 복수로 쓰여졌을까?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창세기 1장 26절)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 구절은 '하나님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 전시 패널에는 '우리'의 형상을 따라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라는 복수의 하나님, 곧 남자 형상의 하나님과 여자 형상의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해설이 곁들여져 있다. 아버지 하나님뿐 아니라 어머니 하나님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경을 토대로 모성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E존에서는 종교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호기심을 갖는다.

"저도 성경에 대해 잘 몰랐는데 '엘로힘'이라는 단어를 보고 놀랐습니다. 성경도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해석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포항 전시관을 찾은 노태형 변호사는 모든 전시 관람을 마치고 이같이 말했다.

내방객들이 전시 관람후기에 쓴 '어머니의 의미'다.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둥지처럼 아늑하고, 산소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며, 험난한 인생길을 비쳐주는 등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주는 보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많은 것을 잃었다 생각하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치부할 때가 있다. 숨이 턱까지 차도록 앞만 보며 인생길을 달려가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허탈할 때 사람들은 주저앉고 절망한다.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주고 다시 무릎을 일으켜 세워줄 한 사람이 당신 곁에 그리고 당신 가슴속에 있다. 바로 어머니다. 팍팍한 세상살이가 고달프다면 어느 관람객이 써 놓은 글 한 줄을 기억하면 어떨까. "엄마의 사랑을 받은 나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