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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읽는 '르·꺄나르·앙셰네'라는 탐사보도 주간 신문이 있다. '꺄나르'는 오리를 말하며 속어로는 신문을 뜻하는데 신문이 오리처럼 수시로 울어댄다는 뜻에서 전의된 의미일 것이다. '앙셰네'는 사슬에 묶여있다는 뜻으로 '르·꺄나르·앙셰네'는 속박되어 있는 신문을 뜻한다. ▶1915년 창간된 이 주간신문은 금년 창간 100주년을 맞게 되며 지난 1세기 동안 프랑스 현대사와 괴적을 함께한다. 1차대전을 전후하여 정계와 재계의 뒷이야기와 '대외비'로 분류되는 민감하고 흥미 있는 정보를 탐사 보도하면서 독자층을 확대해 나갔다.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후 폐간 되었다가 2차 대전 후 복간되면서 기존 8페이지의 꺄나르는 매주 50만부를 발행하는 단단한 주간 신문으로 기반을 닦았다. ▶필자가 파리에서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당시 내무장관이던 레이몽 마스랭이 첩보기관 DST가 '꺄나르' 편집국에 도청장치를 한 사실이 발각되어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사건이 있었다. 근엄한 드골 대통령까지도 매주 '꺄나르'가 발행되는 수요일이면 보좌관들에게 "오늘은 오리가 어떤 소리를 냈느냐"고 보좌관들에게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지난 1월 7일 테러분자들에 의해 편집국 간부들이 피살당한 주간지 '샤를리·에브도'는 1968년 프랑스 학생혁명의 산물이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권위적 행정과 기존질서 해체를 주장했던 혁명정신에 따라 창간된 '샤를리·에브도'는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 언론과 풍자의 자유를 대변하는 매체로 인기를 끌어왔다. 이번 테러로 숨진 편집장 샤르보니에는 "우리는 모든 권위와 권력을 조롱한다"고 말하면서도 2년전 '샤를리·에브도'의 보도를 규탄하는 무슬림의 시위를 정부가 금지하자 "그들도 우리처럼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시위를 지지했다. ▶이달 초 파리에 체재하면서 자주 가는 키오스크(신문판매대) 주인에게 미리 부탁하여 '샤를리·에브도'를 겨우 한 부 구했다. 평소 3만부를 찍던 것이 300만 부를 찍어도 당일 아침에 매진되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프랑스 시민들의 끈질긴 톨레랑스와 언론자유정신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언론인